서유럽 자전거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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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NOTES 서유럽 자전거 여행 팁
  • 자전거 여행 인프라가 너무 좋다. 경로는 구글맵보다는 Komoot이나 Strava를 이용해서 짜는게 좋다.
  • 유로벨로 코스는 곧이 곧대로 믿지 말자.
    • 생각보다 끊어져 있거나 완벽하지 않은 경우가 좀 있었다. Komoot이나 Strava가 더 나았다.
  • Lidl이나 Aldi는 저렴한 대형마트이다. 자주 이용하자. 이걸 발견하면 태국에서 세븐일레븐을 만나는 것 만큼 기분이 좋다.
  • 마트물가 체감
    • 스위스 >> 프랑스 ≈ 오스트리아 > 이탈리아 > 독일
  • 캠핑장 가격 체감
    • 스위스 > 스페인, 프랑스 남부 해안가 > 이탈리아 > 오스트리아 > 프랑스 내륙 > 독일
    • 이탈리아는 캠핑 인프라가 매우 약해서 자전거 여행이 비교적 힘들었다. 다른 나라들은 캠핑장이 여기저기 많다.
  • 자전거 주행 자유도
    • 이탈리아 > 스페인, 프랑스 > 오스트리아 > 스위스 > 독일
    • 자전거 인프라는 주행 자유도와 거의 반비례한다. 다시 말해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일수록 규율이 빡빡하다. 독일이나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신호 무시, 역주행 같은건 상상도 할 수 없는 행위다.
  • 마음만 먹으면 매일 웜샤워를 이용해서 숙소비/저녁비용/다음날 아침비용을 무료로 만들 수 있다.
    • 하지만 하루종일 자전거 타고 서로 제 2외국어로 소통하는게 체력적으로 꽤 힘들다. 심리적으로도 계속 신세지는게 쉽지 않다.
  • 일요일•공휴일은 대형마트 및 많은 식당이 문을 닫는다.
    • 자전거 여행할 때는 요일 감각이 없어지는데 자칫하다가 하루종일 굶는 경우가 생긴다. 미리 대비해야한다. 반드시!
  • 국경을 넘는 감각이 없다.
    • 유로존에 속한 국가들 사이에는 국경이라고 명확하게 느껴지는 곳이 없었다. 한참을 가다보면 어느새 다른 나라에 들어와있다.

서유럽 국가의 전반적인 감상

서유럽에서는 비용이 비싸 웜샤워를 자주 이용했다. 대부분이 차고가 있는 개인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내 기준에서는 ‘낭만’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94년생인 나는 ‘편리함’, ‘효율’과 같은 가치에 거의 미쳐있다시피 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가족, 공동체, 삶 등에 중점을 두고 천천히, 천천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활절 휴가를 맞아 2주간 10대 아들과 나무 위에 트리하우스를 짓고 있는 스위스 국경에 사는 호스트가 유독 기억에 선명하다. 물론 내가 만난 사람들은 장거리 자전거 여행 경험자들이다. 이미 그 사회 안에서도 '낭만적'이라고 분류되는 사람일테다.

삶의 속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방지턱들도 많이 보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아예 법적으로 일요일과 공휴일에 상점 문을 열지 못하도록 했다. 사실 여행자로선 조금 불편했는데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나름 괜찮은 법 같아 보였다.

뉴질랜드와 동남아에서 유럽 여행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곳에서 캠핑을 하지? 안 무서운가?’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직접 유럽에 와보니까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이제껏 나에게 자연이 ‘미지의 위험’의 공간이었다면 이들에게 자연은 ‘놀이터’ 같았다.

북유럽의 ‘Allemansrätten’ 개념,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Right to Roam‘ 개념 등 유럽에는 많은 나라들이 누구나 자연에 제한 없이 접근하고 이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만난 많은 유럽인들이 호수만 보면 망설이지 않고 뛰어들어 수영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비용

Budget Conclusion
하루 예산: 약 35유로
서유럽 자전거 여행은 캠핑과 마트 장보기 위주로 하면 하루 35유로 안팎에서 가능하다. 웜샤워 이용 횟수와 예산은 반비례한다.

비용에 관해서도 할 말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유럽에서 쓴 하루 평균 비용과 동남아에서 쓴 비용이 거의 비슷하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동남아는 대체로 평지고 캠핑할 일이 없이 주로 숙소를 이용한다. 하루에 100km 이하를 이동한다고 치면 아침 9시 전에 출발하면 오후 3-4시쯤 목적지에 도착해버린다. 그 이후는 먹고 노는 시간인데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 구경 다니고 먹느라 가랑비에 옷 젖듯이 돈을 써버린다. 그렇다고 하루에 130km 씩 이동해버리면 중간에 놓치는 마을과 도시들이 많아져 아쉽다.

특히 태국에서는 마을마다 있는 나이트 마켓을 조금만 구경하다가 보면 금세 돈을 써버린다.

저항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꾸 돈을 쓰라고 유혹하는 것이 많은 곳에서는 아무리 참고 참아도 결국엔 유혹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서유럽 국가는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풍경, 자연이 훨씬 더 정돈되어 있고 아름다운 걸 차치하더라도 자전거 도로 중간에 공용 화장실, 테이블들이 많이 있어서 쉬기 좋다. Lidl이나 Aldi 같은 저렴한 대형 마트들도 많은데 특히 독일 같은 경우는 식자재 값이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 무엇보다도 물가가 비싸니까 아껴 써야 한다는 심리적인 동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자전거 타고 텐트 치고, 음식 하고, 쉬다 보면 생각보다 돈 쓸 새 없이 시간이 잘 간다. 그리고 웜샤워 숫자도 정말 상상초월로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매일 웜샤워 호스트 집에서 잘 수도 있다.

웜샤워란?

웜샤워(Warmshowers)는 장거리 자전거 여행자들을 위한 숙박·환대 커뮤니티다.

자전거 여행자가 이동 중에 현지 호스트에게 연락하면, 호스트가 자신의 집이나 마당, 차고 같은 공간을 내어준다. 경우에 따라 잠자리, 샤워, 세탁, 간단한 식사까지 제공받기도 한다.

보통 숙박비를 받지 않는다. 대신 여행자는 예의를 지키고, 호스트의 생활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 단순한 무료 숙소라기보다, 자전거 여행자들 사이의 신뢰와 호의로 유지되는 네트워크에 가깝다.

서유럽에서는 웜샤워 호스트가 정말 많았다. 비싼 숙박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됐지만, 그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낯선 사람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동남아에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내가 돈을 쓴 이유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외로울 땐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자본주의 미소에라도 속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유럽에선 중간중간에 만나는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과 캠핑장에서 만나는 친절한 사람들과 같이 있고 대화하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잘 없었다.

노지캠핑

서유럽 나라들은 보통 와일드 캠핑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이 별로 없는 곳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고, 하루 만에 떠나면 대체로 큰 문제 삼지는 않는다고 한다. 특히나 자전거 여행자에게는 아주 관대하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국경을 넘은 직후 텐트 치기 괜찮아 보이는 장소가 보이기에 옆집에 사시는 아저씨에게 이곳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다. 그냥 본인 집 안에서 자라고 하시더라. 저녁도 얻어먹었다. 다음날 아침엔 본인이 아침 일찍 러닝을 하러 나간다고 커피도 준비해 주셨다.

COUNTRY 01

스페인 🇪🇸 프랑스 남부 🇫🇷

Spain · Southern France
2025.04.05 ~ 2025.04.18 약 1,048.5 km
좋은 날씨, 자유로운 분위기, 우호적인 사람들.
표정과 제스쳐가 다채롭다.
개인적으로 서유럽 국가 중에서 자전거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 생각.
다만 해안가 쪽은 너무 비싸서 제외.
Journey Timeline
스페인 · 프랑스 남부 구간
Spain · S. France
Spain · Southern France
2024.11.02 2025.06.21
🇪🇸 스페인
🇫🇷 프랑스

베트남 하노이에서 날아간 첫 도시인 바르셀로나. 여행이 길어지면서 새로움에 대한 자극도 줄고 외로움도 커져서 설레기보다는 얼떨떨했다. 바르셀로나와 프랑스가 가깝기 때문에 스페인에는 며칠 있지 않고 바로 프랑스로 넘어갔다.

예전에 프랑스어를 좀 배운 적이 있어서(말은 못함) 그나마 다른 나라들보다는 여행하기 수월했다. 인터넷에서 프랑스는 길거리 위생, 치안이 별로고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 인종차별도 심하다. 영어도 못한다. 뭐 이런 비하의 말을 예전부터 많이 봤는데 실제로 나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여전히 내게는 프랑스 사람은 밝고 친절하다는 인상이 남아있다.

프랑스가 꽤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비가와서 에어비앤비 숙소에 이틀 머무를 때 잠깐 '한달간 프랑스만 여행해볼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하지만 다른 나라도 구경해보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이내 그건 바로 포기했다.

자전거 여행의 특성상 내가 지나가는 경로에 있는 도시들만 갈 수 있기에 파리나 마르세유, 니스 같은 곳은 가지 못했다. 마르세유와 니스는 마음만 먹었다면 갈 수도 있었겠지만 나같이 거지 행색의 여행자들은 물가 비싼 유럽 해양 휴양도시에 가서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

자전거 여행자들에게 최고의 여행 장소는 그저 길 잘나있고 물가 싸고 경치 좋고 사람이 친절한 곳이다. 그런 곳은 도시 중심부도 아니고 심지어 도시 외곽도 아니다. 도시 사이를 잇는 길과 그곳에 있는 작은 마을, 그러니까 농부 아저씨가 윗 옷을 벗고 밭을 갈고 있고 허리 굽은 할머니가 지나가다가 멈춰서 나를 빤히 바라보는 곳, 빨래는 낮은 담장에 걸려있고 개들이 턱을 바닥에 괴고 누워있다가 내가 쌩 지나가면 화들짝 놀라며 마구 짖어대는 곳. 지나가는 다른 자전거 여행자와 'Bonjour' 인사하고 트럭 기사 아저씨들이 따봉을 날려 주는 곳. 그곳이 자전거 여행자들의 주 무대가 된다 이 말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런 곳이 내 여행 장소이다.

COUNTRY 02

스위스 🇨🇭

Switzerland
2025.04.19 ~ 2025.04.22 408.5 km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깔려있는 자전거 도로.
아름다운 자연환경.
북부로 갈수록 규율이 빡빡해지고 사람들의 표정이 단조로워진다.
미친 물가 때문에 불가피했던 노지캠핑.
Journey Timeline
스위스 구간
Switzerland
Switzerland · 2025.04.19 ~ 2025.04.22
2024.11.02 2025.06.21
🇨🇭 스위스

스위스부터는 여행이 다소 힘들어졌다. 무척 아름다웠지만 알프스의 낭만만 있는 곳은 아니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차이점은 바로 물가. 국경 검문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과 풍경, 심지어 언어가 바뀌지도 않는데 물가가 다르다. 너무 비싸다. 마트물가도 비싸고 캠핑장도 비싸다. 캠핑장이 기본 5만원이 넘어가니 비싸서 여기저기 숨어서 노지캠핑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스위스는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캠핑을 하면 벌금이 수백만원 단위라고 한다.

돼지코 플러그도 다르다. 미리 알아보지 않고 와서 미처 돼지코를 준비하지 못했다. 내가 여행한 유럽 나라들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 플러그가 꽂히지 않는 곳이 스위스였다.

도시 안에 자전거 도로 인프라는 완벽했다. 교차로에서 자전거 전용 좌회전 차선도 따로 있을 정도.

하지만 이렇게 인프라가 잘 갖춰져있을 수록 여행의 자유도는 그에 비례해서 떨어진다. 나는 여전히 이 곳의 체계와 도로 교통법을 잘 모르니 초행자로서 기가 죽었다. 동남아에서는 도로 교통법이 사실상 무색한 수준이라 운전 실력과 생존 감각만 있으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력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내가 잘 가고 있는지 자꾸 눈치를 보게된다.

남부에서 북부로 올라가면서 언어가 프랑스어에서 독일어로 바뀌게 되는데 그러면서 사람과 분위기도 바뀐다. 앞서 말한 '빡빡한 도로교통법'이 더 엄격해지게 되는데 실제로 아무 생각없이 자전거를 타고 인도로 가다가 지팡이를 든 노인한테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자전거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런 점이 꽤나 스트레스이다.

스위스에서 알프스를 넘어서 이탈리아로 건너갈까도 생각했지만 알프스 고갯길이 눈 때문에 차단되어 있어서 진로 방향을 바꿔야했다. 독일로 향했다.

COUNTRY 03

독일 🇩🇪

Germany
2025.04.23 ~ 2025.05.02 751.9 km
완벽하게 구분된 차, 보행자, 자전거 도로.
불편할 만큼 많은 도시의 신호등.
스스로 내가 제대로 된 도로로 가고 있나 계속 의식을 하게 된다.
사회 시스템이 발전한다고 반드시 좋은 점만 있다고는 할 수 없겠다.
저렴한 마트 물가와 캠핑장.
Journey Timeline
독일 구간
Germany
Germany · 2025.04.23 ~ 2025.05.02
2024.11.02 2025.06.21
🇩🇪 독일

독일의 남부 지방(뮌헨 위)을 지났다.

맥주로 유명한 바이에른 지방도 지났는데, 이미 머리속에 박힌 독일에 대한 스테레오타입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그렇게 보였다. 무뚝뚝한 얼굴, 맥주에 취해서 코가 빨개진 채 대낮에 어슬렁 거리는 수염있는 아저씨 등.

이전 여행에서, 그리고 독일안에서 만난 독일인들에 대한 인상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깔끔한 자기 의사 표현, 과하지 않은 친절함, 나를 어떤 카테고리에 집어넣지 않고 나 자신으로 봐주는 느낌. 그래서 독일인들과 대화할 때는 나 자신에 대해 더 당당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독일 사회의 딱딱한 분위기가 싫었다. 내가 하는 자전거 여행과 잘 맞지 않았다고 보는게 맞겠다. 스위스 북부에서처럼 독일의 도시로 들어가면 자전거 규율이 너무 엄격했다. 그냥 눈치보고 뛰어가도 될 정도 폭의 도로에도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깔려있었고, 차, 보행자, 자전거 도로의 구분도 철저했다. 여기서도 스위스에서 처럼 지팡이 든 노인의 지적을 받았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독일의 노인은 미소짓고 있었다.

나는 완전한 카오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코스모스도 아닌 그 중간 어딘가의 무질서함과 자유분방함, 야생성이 좋았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수천대의 오토바이와 차 사이를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레 눈치보며 비집고 지나가는 것도 싫지 않았다. 미국인 할아버지가 그 상황에서 'They're gonna kill us!'라고 두 손을 높이들며 외칠 때도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독일의 가장 큰 장점은 마트 물가이다. 모든 서유럽 국가 중에 마트 물가가 가장 저렴해서 쇼핑할 맛이 났다. 웜샤워 호스트 올라프 아저씨가 독일 소시지는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생으로 먹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라이딩하면서 소시지도 많이 사먹었다. 다행히 배탈도 나지 않았다.

COUNTRY 04

오스트리아 🇦🇹

Austria
2025.05.03 ~ 2025.05.12 479.4 km
전반적으로 독일과 비슷한 분위기.
아름다운 마을과 자연환경.
산지로 들어갈수록 친근해지는 사람들.
여행하면서 느낀 사실 하나,
산지에 사는 사람들은 마주치면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Journey Timeline
오스트리아 구간
Austria
Austria · 2025.05.03 ~ 2025.05.12
2024.11.02 2025.06.21
🇦🇹 오스트리아

원래 같았으면 오스트리아에서 계속 도나우강을 따라 비엔나, 체코 브라티슬라바를 지나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나우강 자전거길은 완전 평지에다 지나치게 단조로워서 알프스로 방향을 90도 꺾어버렸다.

내가 오스트리아에서 주로 머문 곳이 산지라 그런지는 몰라도 물까가 꽤 비쌌다. 마트물가와 캠핑장 물가가 독일보다 더 비싸고 스위스보다 조금 싼 정도였다.

어느 나라든지 산지에, 인구밀도가 적은 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했다. 뉴질랜드와 라오스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산지가 몸은 힘들지만 여행하기는 좋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은 대도시 관광지와 해양 휴양지. 일반화가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국가별 후기글에서는 일반화를 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말이 많이 없으니 양해해주길 바란다.

오스트리아에서 알프스 그로스글로크너 고산 도로를 넘었다. 알프스를 넘고 나서 슬로베니아 방향으로 갈까 이탈리아로 들어갈까 고민할 때, 내 스트라바 게시글에 다른 자전거 여행자가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가시는군요.'라고 댓글을 다는 바람에 그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이전까지는 내가 돌로미티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알프스를 넘고나니 산들이 삐쭉삐쭉 희한하게 생겼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COUNTRY 05

이탈리아 🇮🇹

Italy
2025.05.13 ~ 2025.05.21 652.8 km
숨통이 트이는 느낌.
다른 서유럽 국가와 180도 다른 분위기.
뜨거운 햇살과 도시마다 있는 전설급의 문화 유적들.
친절하고 에너지 넘치는 사람들.
다른 서유럽 국가가 ‘여기 나중에 다시 오면 좋겠다’ 정도였다면
이탈리아는 ‘반드시 여긴 자전거 없이 다시 와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운전자들이 다소 와일드하고 캠핑 인프라가 좋지 않다.
Journey Timeline
이탈리아 구간
Italy
Italy · 2025.05.13 ~ 2025.05.21
2024.11.02 2025.06.21
🇮🇹 이탈리아

이탈리아 알프스를 내려와 이탈리아 북동부 지방 평지로 내려오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알프스를 넘는 날을 제외하고 계속 흐리고 비가왔다. 하지만 여기로 오고나니 거짓말처럼 맑고 쨍쨍한 하늘이 시작됐다. 유럽에서 국경을 넘었다는 감각을 가장 크게 체감한 곳이 바로 이탈리아.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로 이어지는 빡빡한 규율, 흐린 날씨, 무뚝뚝한 얼굴과 절제된 제스쳐가 180도 바뀌었다. 자유로운 교통체계, 따뜻한 날씨,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가진 이탈리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도바 근처에 있는 900년이 넘은 프라글리아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2박 3일간 머물렀는데 수십 명의 검은 사제들과 함께한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정말 온 나라에 유적이 가득하다. 그것도 유적의 역사가 기본 천년단위라서 실로 중세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직접 이탈리아의 유적을 보고 유명인의 이름을 보면서 다시 상기하게 된 사실이 있다. 서양 고전의 전설로 여겨지는 작가들이 그들 본인의 책에서 전설로 추앙하는, 인류사에서 손꼽는 사상가, 문학가, 신학자, 예술가 등의 대부분이 이탈리아나 그리스 출신이다. 베르길리우스, 단테, 키케로, 성프란치스코, 레오나르도 다빈치, 키케로, 토마스아퀴나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이름만 들어도 후광이 비춰오는 그 인물들. 인류사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수 많은 인물들이 이탈리아 출신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중세에 대한 환상과 저 멀리 떨어져 절대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막연한 동경과 아름다움의 원류가 바로 이탈리아다.

- [유럽 자전거 여행] #30 2025.05.15

이탈리아는 캠핑 인프라가 다른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좋지 않다. 캠핑장이 많이 없고 있어도 가격이 비싸다. 우리나라랑 비슷한 느낌이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확실히 거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