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 캠핑장 25일
- 노숙 2일
- 호스텔 4일
- 웜샤워 5일
🇳🇿 뉴질랜드 북섬 여행기 전체
- #01 | 페달은 못 뺐지만 비행기는 탔습니다
- #02 | 40km를 달렸는데 다시 출발점이라니
- #03 | 102km를 달린 후에 들은 말 “예약 꽉 찼으니 돌아가세요(!?)”
- #04 | 안경잡이 자전거 여행자의 비극: 테무도 알리도 없는 로토루아에서
- #05 | “Hey Kim” 밥 먹고 가요: 시골 작은 교회의 환대
- #06 | 타자의 얼굴: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나기
- #07 | 반지의 제왕 속 화산넘기: 샌들로 20km 하이킹
- #08 | “혹시 한국에서 온 그분?” 첩첩산중에서 만난 자전거 여행자
- #09 | 자전거 여행의 묘미: Marton 부부와의 웜샤워
- #10 | 텐트가 날아가거나, 차에 깔리거나
🇳🇿 뉴질랜드 남섬 여행기 전체
- #11 | 채식주의자 독일인 Caro와의 캠핑
- #12 | “Just give it a fuck!” - 수염 난 아저씨의 조언은 절대 믿지 말자
- #13 | 친절한 키위(Kiwi)들이 가장 단호해지는 순간: “No Passport, No Beer”
- #14 | 카레이싱 대회를 뚫고 5시 약속을 지키러 가는 자전거 여행자
- #15 | 미역국 한 그릇과 150달러의 응원: 팀장님과의 만남
- #16 | 14년째 집 없이 캠퍼밴에 사는 자연인 John
- #17 | 이런 풍경을 살다가 보네: 테카포와 푸카키 호수
- #18 | 마운트쿡 덤불 뒤에 수상한 텐트: 오스트리아 친구 Hannah와의 재회
- #19 | 황무지의 지도가 사랑과 경이로 채워지다: Lindis 고개 넘기
- #20 | 방랑하는 모든 이가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Not All who wander are lost.)
- #21 | 오스트리아 친구와의 렌트카 주행기: Hannah와의 세 번째 만남
- #22 |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 Lake Marian과 Key Summit과 밀포드 사운드
- #23 | 눈 덮인 설산, 맨발로 주파하기: 밀포드 사운드 거트루드 새들(Gertrude saddle) 정복
- #24 | 누가 내 헬리녹스 의자 훔쳐갔어
- #25 | 26시간을 날아서, 방콕으로 가자.
뉴질랜드는 초보 자전거 여행자가 여행하기 쉬운 국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덕이 많고, 매일 1,000m 정도의 상승 고도를 감당해야 하며, 비포장 그래블 도로도 많다. 현지 운전자들의 매너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갓길이 넓지 않고, 무엇보다 남섬처럼 인구밀도가 말도 안 되게 낮은 곳으로 가면 현지인 차보다는 대부분 놀러 온 캠핑카나 관광버스와 함께 달려야 한다.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큰 차들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인구밀도가 낮다는 건 보급 구간이 길어진다는 걸 의미하는데, 경로에 따라 하루 종일 보급구간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급 구간은 자전거 여행의 난이도의 상당부분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동남아시아는 최고의 자전거 여행 장소이다.)

하지만 이 곳은 이 모든 단점과 위험을 상쇄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뉴질랜드는 정말 지상낙원이라는 말의 정의에 가장 근접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현지 백인들과 마오리족은 내가 여행하며 가본 서구권 국가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이들에게 덕담 한마디, 다정한 인사를 들었다. 마을에 들어가면 '언제나 조심해', '즐거운 여행 해', 'Respect!' 같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꽤 자주 만날 수 있다. 캠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캠핑장 가격은 평균 15,000원 정도였고 무료 캠핑장도 많았다. 인간을 해칠 만한 맹수가 살지 않는 나라여서 이론상 깊은 산속 어디에서나 캠핑을 해도 된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기도 했다. 첫날 하루만 숙소에서 자고, 나머지는 전부 캠핑하고 웜샤워를 이용했다.(노숙도 했다.)
뉴질랜드는 진짜 적은 비용으로 여행했다. 각종 부대 비용을 전부 포함해서 하루 평균 6만원을 쓰지 않은 것 같다. 관광이나 캠핑카 여행, 신혼여행에서 쓰는 비용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이다.


웜샤워 체험, 친절한 사람들
뉴질랜드에서 총 4번의 웜샤워 체험을 했다.
- 북섬 왕가누이(Whanganui)
- 북섬 수도 웰링턴(Wellington)
-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인근
- 남섬 트위젤(Twizel)
하나 같이 놀랍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압도적인 풍경
우리나라의 오랜 시간에 의해 침식된 뭉툭한 화강암지대, 빽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만을 보며 살다가 뉴질랜드의 거칠고 황량한 산을 보면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호수는 비현실적으로 푸르고, 산은 날카롭고, 초지는 밝고, 하늘은 넓고, 빛은 맑다. 초원 뒤에 눈 덮인 산이 있고, 그 앞에 빙하수가 만든 호수가 있고, 그 곁에 아무것도 없는 도로가 이어진다. 풍경이 복잡한데도 지저분하지 않고, 너무 선명해서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이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17 | 이런 풍경을 살다가 보네: 테카포와 푸카키 호수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18 | 마운트쿡 덤불 뒤에 수상한 텐트: 오스트리아 친구 Hannah와의 재회
뉴질랜드에 입국하던 날,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 기자 아저씨를 만났었다. 당시 그 기자 아저씨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스타운으로 가는 길은 단 한 순간도 눈 감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고 말했다.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많은 구간에 대해선 거짓말이었다. 뉴질랜드라고 모든 구간이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하려면 늘 긴 지루함의 시간을 견뎌야한다.




아웃도어 활동의 성지
앞서 말했듯이 뉴질랜드에서는 인간을 해칠만한 맹수가 살지 않는다. 유일하게 짜증나는게 샌드플라이. 아름다운 자연에 맹수 없는 환경은 그야말로 완벽한 아웃도어 활동의 장소이다. 장거리 트레킹, 백패킹, 마운틴바이크, 스키, 스노보드, 장거리 트레일러닝 같은 걸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란 말이다. 덕분에 나도 여기서 등산을 꽤 즐겼다.
남섬의 밀포드 사운드 쪽은 연간 200일 정도 비가 내리는데 들어갈 때 갓길도 없고 차들도 엄청 쌩쌩 달리는 곳이라 자전거로 들어가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 중간에 보급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어서 최소 이틀 치의 식량은 가지고 들어가야하는데 당시 나의 자전거 패킹 방식으로는 거의 불가능했기에 차를 렌트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하이킹을 즐겼다. 참고로 인터넷은 거의 안된다.






마무리
뉴질랜드는 내가 혹시라도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캠핑카를 타고 신혼 여행을 오고 싶은 나라다. 그만큼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결혼을 하지 못한다거나 내 의지대로 신혼여행을 오지 못하는 경우라도 다시 오고 싶다. 다시 와서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이라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