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Journey Timeline
뉴질랜드 구간
38 / 232 days
New Zealand
2024.11.02 2025.06.21
🇳🇿 뉴질랜드 북섬 여행기 전체
🇳🇿 뉴질랜드 남섬 여행기 전체

뉴질랜드는 초보 자전거 여행자가 여행하기 쉬운 국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덕이 많고, 매일 1,000m 정도의 상승 고도를 감당해야 하며, 비포장 그래블 도로도 많다. 현지 운전자들의 매너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갓길이 넓지 않고, 무엇보다 남섬처럼 인구밀도가 말도 안 되게 낮은 곳으로 가면 현지인 차보다는 대부분 놀러 온 캠핑카나 관광버스와 함께 달려야 한다. 내 옆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큰 차들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

인구밀도가 낮다는 건 보급 구간이 길어진다는 걸 의미하는데, 경로에 따라 하루 종일 보급구간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보급 구간은 자전거 여행의 난이도의 상당부분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동남아시아는 최고의 자전거 여행 장소이다.)

남한과 뉴질랜드 남섬의 밀도 차이
남한의 인구밀도를 100으로 놓고 보면
남한 약 520명 / ㎢
뉴질랜드 남섬 약 8명 / ㎢
약 1/65 남한 인구밀도의 약 1.5%
뉴질랜드 남섬은 남한보다 약 1.5배 넓지만, 인구는 약 120만 명에 불과하다. 대전 인구보다도 적은 사람들이, 남한보다 더 넓은 섬 전체에 흩어져 살아간다.

하지만 이 곳은 이 모든 단점과 위험을 상쇄하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뉴질랜드는 정말 지상낙원이라는 말의 정의에 가장 근접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현지 백인들과 마오리족은 내가 여행하며 가본 서구권 국가 사람들 중 가장 친절하고 우호적이었다. 지나갈 때마다 이들에게 덕담 한마디, 다정한 인사를 들었다. 마을에 들어가면 '언제나 조심해', '즐거운 여행 해', 'Respect!' 같은 말을 해주는 사람을 꽤 자주 만날 수 있다. 캠핑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캠핑장 가격은 평균 15,000원 정도였고 무료 캠핑장도 많았다. 인간을 해칠 만한 맹수가 살지 않는 나라여서 이론상 깊은 산속 어디에서나 캠핑을 해도 된다. 실제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기도 했다. 첫날 하루만 숙소에서 자고, 나머지는 전부 캠핑하고 웜샤워를 이용했다.(노숙도 했다.)

뉴질랜드는 진짜 적은 비용으로 여행했다. 각종 부대 비용을 전부 포함해서 하루 평균 6만원을 쓰지 않은 것 같다. 관광이나 캠핑카 여행, 신혼여행에서 쓰는 비용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저렴한 가격이다.

웜샤워 체험, 친절한 사람들

뉴질랜드에서 총 4번의 웜샤워 체험을 했다.

  • 북섬 왕가누이(Whanganui)
  • 북섬 수도 웰링턴(Wellington)
  •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인근
  • 남섬 트위젤(Twizel)

하나 같이 놀랍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자전거 여행의 꽃: 웜샤워(Warmshower) | 사용법과 경험담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넘어가던 날, 그 사이 피레네 산맥 부근에 작은 마을. 텐트를 칠 만한 작은 공터가 보이길래, 마침 집 마당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프랑스인 아저씨에게 여기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흔쾌히 된다고 수락하면서 나에게 자전거 여행자냐고 질문했다. 그렇다라고 하니 본인 집에 남는 방이 있다고 거기서 자라고 하셨다. 본인도 과거에

압도적인 풍경

우리나라의 오랜 시간에 의해 침식된 뭉툭한 화강암지대, 빽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만을 보며 살다가 뉴질랜드의 거칠고 황량한 산을 보면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호수는 비현실적으로 푸르고, 산은 날카롭고, 초지는 밝고, 하늘은 넓고, 빛은 맑다. 초원 뒤에 눈 덮인 산이 있고, 그 앞에 빙하수가 만든 호수가 있고, 그 곁에 아무것도 없는 도로가 이어진다. 풍경이 복잡한데도 지저분하지 않고, 너무 선명해서 현실감이 떨어질 정도이다.

트위젤로 가는 길은 경이롭고, 황홀하고, 초현실적이고, 찬란하게 숨막히는 경치였다. 테카포 호수에서 푸른 운하와 푸카키 호수를 지나는 경로였는데, 단연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운하 부근에는 연어 양식장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연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완벽한 날씨 속에서 더할 나위 없는 라이딩을 즐겼다. 특히 운하를 지나 푸카키 호수 쪽으로 내려가는 다운힐이 압권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전거를 타고 이 경로를 따라 라이딩하라고 권하고 싶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17 | 이런 풍경을 살다가 보네: 테카포와 푸카키 호수
요며칠간 몸은 힘든데 이 아름다움을 한 순간도 놓치기 싫고, 또 다른 아름다움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페달링하게 된다. 세이렌의 아름다움에 유혹당하지 않으려 부하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을 배의 돛대에 단단히 묶었던 것처럼, 나도 그러한 대책이 필요한 것일까.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 #18 | 마운트쿡 덤불 뒤에 수상한 텐트: 오스트리아 친구 Hannah와의 재회

뉴질랜드에 입국하던 날,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 기자 아저씨를 만났었다. 당시 그 기자 아저씨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스타운으로 가는 길은 단 한 순간도 눈 감고 싶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고 말했다. 일부 구간에 대해서는 100% 동의한다. 하지만 많은 구간에 대해선 거짓말이었다. 뉴질랜드라고 모든 구간이 마냥 아름다운 건 아니다. 아름다운 순간을 마주하려면 늘 긴 지루함의 시간을 견뎌야한다.

아웃도어 활동의 성지

앞서 말했듯이 뉴질랜드에서는 인간을 해칠만한 맹수가 살지 않는다. 유일하게 짜증나는게 샌드플라이. 아름다운 자연에 맹수 없는 환경은 그야말로 완벽한 아웃도어 활동의 장소이다. 장거리 트레킹, 백패킹, 마운틴바이크, 스키, 스노보드, 장거리 트레일러닝 같은 걸 즐기기에 완벽한 곳이란 말이다. 덕분에 나도 여기서 등산을 꽤 즐겼다.

남섬의 밀포드 사운드 쪽은 연간 200일 정도 비가 내리는데 들어갈 때 갓길도 없고 차들도 엄청 쌩쌩 달리는 곳이라 자전거로 들어가기는 상당히 힘이 든다. 중간에 보급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어서 최소 이틀 치의 식량은 가지고 들어가야하는데 당시 나의 자전거 패킹 방식으로는 거의 불가능했기에 차를 렌트해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하이킹을 즐겼다. 참고로 인터넷은 거의 안된다.

마무리

뉴질랜드는 내가 혹시라도 결혼을 할 수 있다면 캠핑카를 타고 신혼 여행을 오고 싶은 나라다. 그만큼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결혼을 하지 못한다거나 내 의지대로 신혼여행을 오지 못하는 경우라도 다시 오고 싶다. 다시 와서 밀포드 사운드 트레킹이라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