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와일드캠핑의 확률론: 긴장 속에 잠드는 밤
[유럽 자전거 여행] #12 2025.04.19 스위스 제네바에 입성했다. 노숙보다 무서운건 스위스 물가. 어쩔 수 없이 캠핑을 한다.
2025.04.19
내가 어젯 밤 캠핑한 곳은 제네바와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 게다가 내일(일요일)은 부활절이라 월요일까지 공휴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스위스 쪽에서 내려오는 수 많은 자전거족들을 마주쳤다. 자전거 여행객들이 전부 어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길래 뭔가 특별한게 있나 싶어 나도 들어가서 카푸치노 한잔을 주문했다. 그러곤 보조배터리를 좀 충전할 수 있냐고 하니까 3유로를 내라고 한다. 충전하나 하는데 5천원은 좀 아니다 싶어서 거절했다.
카페 근처에서 텐트를 한참 말렸다. 텐트도 텐트지만 침낭을 잘 말리는게 중요하다. 텐트와 침낭이 잘 말라있지 않으면 잘 때 너무 춥기 때문이다. 몸으로 직접 고생해가면서 캠핑의 노하우를 하나씩 슥듭하고 있다. 밤 기온이 충분히 따뜻했으면 침낭이 좀 젖어있든, 바닥이 차갑든, 텐트가 어쨌든 간에 아무 상관없이 잘 수 있는데 요즘 내가 자는 온도는 내 장비의 한계에 다다르는 기온이라서 사소한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든다.


유럽 내 국경의 특징은, 내가 언제 국경을 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갈 때도 그랬고 오늘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넘어갈 때도 그랬다. 사람들이 산책하고 있는 산길을 자전거로 가다가 어느새 지도를 살펴보니 스위스였다. 프랑스에서 만난 사람들이 스위스로 넘어가기 전에 물가 때문에 음식을 많이 사가라고 했는데 내 자전거 가방 패킹 사이즈가 작아서 많은 음식을 넣을 수 없었다. 처음 여행을 준비할 때 마치 백패킹을 하는 것 처럼 100g, 200g을 줄이려고 애를 쓰고 돈을 썼는데 여행을 하다보니 그건 전혀 중요한게 아니란걸 깨달았다. 가방도 좀 더 넉넉한 크기로 살 걸 후회가 많이 된다. 심지어 물 2L를 더 달고다녀도 잘 느껴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조금이라도 자전거 여행의 경험이 있었으면 좀 더 괜찮은 선택을 했을텐데, 좀 아쉽다.




오늘도 와일드 캠핑을 하려고 앱에서 표시된 곳으로 갔다. 피크닉 구역이다. 하이킹 코스가 쭉 이어져있는데 사이사이에 마치 방처럼 테이블과 바베큐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곳이 10개 정도 있다. 그 중 비어있는 곳에 들어가서 테이블 위에서 음식을 먹고는 해가 질 때를 기다렸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해가 떠있을 때 텐트를 치는건 위험 부담이 컸다. 3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저녁 8시 쯤 사람이 없을 때 재빨리 텐트를 쳤다. 최대한 나의 존재를 숨기고 누워있으면서 스위스의 와일드캠핑 규정에 대해서 좀 살펴봤다.
아, 와일드캠핑 규정이 꽤나 까다롭다. 누군가 신고하면 쫒겨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칫하면 수백만원대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근처에 캠핑장도 없고 이미 해가 진 상황이라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캠핑장이 있다한들 하룻밤에 5만원은 줘야한다. 벌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발각되어 벌금을 물 확률이 5% 미만이라면 수학적으로 여기서 잘 가치가 있다.(100만원*5%=5만원)
잔뜩 긴장해서 자느라 잠도 많이 설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