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발베 타이어의 산증인: 42년 전 아메리카를 종단한 독일인 아저씨

[유럽 자전거 여행] #17 2025.04.25 독일 국경 안으로 파고든 스위스의 기묘한 영토를 지나 보덴호(Constance)의 웜샤워 호스트 올라프 아저씨를 만납니다. 42년 전 아메리카 종단기, 슈발베 타이어 개발 참여 비화, 그리고 동·서독을 넘나든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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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발베 타이어의 산증인: 42년 전 아메리카를 종단한 독일인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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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5

스위스 국경이 좀 특이하게 생겨서 독일과 맞닿은 곳에서 혹처럼 솟아나 독일 국경 안으로 파고 든 곳이 있는데 내가 오늘 그 곳을 지난다. 지리적 원인 때문은 아니고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곳을 지나면 독일과 스위스 국경을 이루는 아주 큰 호수가 하나 있는데 그 위쪽 마을에 있는 웜샤워 호스트 집이 내 오늘의 목적지이다.

라오스에서 만나서 연락처와 스트라바 아이디를 교환했던 독일인이 자기 부모님이 그 호수 근처에 산다고 원한다면 부모님께 부탁해 나를 재워준다고 했는데 일단 그 곳은 내 경로에서 벗어나있어서 감사하지만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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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난 독일인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옷을 갖춰입고 텐트를 걷어냈다. 텐트가 비에 젖으면 엄청 무거워진다. 오늘은 어쩔 수 없다. 가는 길에도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계속 반복했는데, 해가 쨍쨍한 어느 순간에 텐트를 볕에서 30분을 말렸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버려 다시 텐트가 홀딱 젖어버렸다.

웜샤워 호스트 올라프 아저씨의 집은 꽤나 언덕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아내는 현재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있고 성인인 자식이 네 명이나 있었는데 한 명 빼고 모두 독립해서 살고 있다고 한다. 오늘 같은 금요일 밤에는 모든 가족이 단체 화상통화를 하는데 그 덕에 올라프 아저씨네 모든 가족들과 인사할 수 있었다. 서양 사람들이 가족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었는데 여행하면서 그 점을 더 많이 실감하게됐다. 세대 간의 차이가 우리나라 만큼 크지 않다는 점도 큰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올라프 아저씨는 두 딸이 지금 남자친구랑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내일 날씨는 맑다.’ 정도의 무심함으로 말했다.

아저씨는 동네구경을 시켜주며 동네 사람들을 여럿 소개해줬다. 근처 농가에도 가고 아이스크림도 같이 먹었다. 집 앞에 커다란 호수(보덴호)가 하나 있었는데 아직도 거기서 수영을 가끔씩 한다고 했다. 매년 이 큰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는 행사도 있다고 했다. 바깥 공기가 꽤나 쌀쌀한데 Fresh air라고 너무 좋아한다. 게르만인은 확실히 다른가보다. 집으로 다시 들어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독일사람은 프랑스인들보다는 확실히 음식을 소박하게 먹는다. 아저씨는 나에게 집이 그립지 않냐고 묻곤 곧이어 ‘춥고 비가 오면 더 그렇지?’라고 물었다. 정확하다. 자전거 여행자의 마음은 자전거 여행자가 가장 잘 안다.

올라프 아저씨는 42년전 20대 초에 친구와 함께 남미부터 알래스카까지 아메리카 종단을 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때의 추억을 얘기해주면서 무척이나 행복해하셨다. 이 때는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이 드물 때라 신문에도 보도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슈발베 사의 마라톤 타이어 개발에 본인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참여했다는 이야기, 서독 사람이었던 본인이 그리스의 한 섬으로 휴가를 떠났을 때 지금의 아내인 동독 사람을 운명처럼 만나서 사랑하게 된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 많이 심심하셨던 듯 하다.

🚴‍♂️
슈발베 공식 자료에서 마라톤 타이어는 1983년에 새로 도입된 타이어라고 설명한다. 공식 문구도 “1983년에 새로 소개된 Marathon”이라고 적고 있다.

이 아저씨가 42년 전, 20대 초에 아메리카 종단을 했다고하니, 이 아저씨가 말한 시간은 대략 1983년 전후가 된다. 그럼 슈발베 Marathon이 막 나왔거나 개발·테스트가 한창이던 시기랑 꽤 겹친다.
8개월 자전거 세계여행 준비물 및 사용후기
총 232일 주행거리: 11,837km
비켜 내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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