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o, Italia: 단테와 다빈치의 나라 이탈리아에 서다.
[유럽 자전거 여행] #30 2025.05.15 베네치아를 스킵하고 트레비소를 지나 갈릴레이와 조토가 활동한 도시 파도바로 간다. 거기서 만난 이탈리아 가정
2025.05.15
텐트를 치고 텐트를 걷는데 최소 1시간, 최대 두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이게 일같이 느껴져도 막상 해보면 재밌는 부분이 좀 있다. 손을 쓰고 몸을 움직이는 노동의 감각. 마냥 싫은 건 아니다.
오늘 만약 베네치아로 향했으면 하루만에 갈 수 있을만한 거리었는데 그러지 않기로 결정했다. 베네치아는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어서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들어가야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또한 베네치아는 관광객이 너무 많기로 유명해서 그닥 끌리지 않는다.



오늘 라이딩을 하면서 느꼈다. 다른 서유럽 국가는 “와 여기 다시 오면 또 좋을거 같다.”라는 곳이 몇군데가 있었다면 이탈리아는 “여기는 반드시 자전거 없이 다시 와야겠다.”라는 다짐과 확신을 하게 만드는 나라다.이탈리아는 아무 곳에나 가도 그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어 오늘 목적지인 파도바 같은 도시만해도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중세 최고의 화가 조토 디 본도네(중세 화가 한명만 꼽으라 하면 꼽히는 인물)가 활동했던 도시다.
마음 같아서는 이 길을 따라 볼로냐로 내려가서(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가 활동한 도시다.) 아펜니노 산맥을 넘어서 피렌체, 로마로 가고 싶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다른 서유럽 국가들보다 캠핑 비용이 비싸고, 무엇보다도 해변가를 제외하면 캠핑장도 많이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의 최종 목적지는 아드리아해의 항구도시 안코나로 생각 중이다. 그 곳에서 페리를 타고 발칸반도로 넘어갈 생각이다.
정말 온 나라에 유적이 가득하다. 그것도 유적의 역사가 기본 천년단위라서 실로 중세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 오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직접 이탈리아의 유적을 보고 유명인의 이름을 보면서 다시 상기하게 된 사실이 있다. 서양 고전의 전설로 여겨지는 작가들이 그들 본인의 책에서 전설로 추앙하는, 인류사에서 손꼽는 사상가, 문학가, 신학자, 예술가 등의 대부분이 이탈리아나 그리스 출신이다. 베르길리우스, 단테, 키케로, 성프란치스코, 레오나르도 다빈치, 키케로, 토마스아퀴나스,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 이름만 들어도 후광이 비춰오는 그 인물들. 인류사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남긴 수 많은 인물들이 이탈리아 출신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내가 가졌던 중세에 대한 환상과 저 멀리 떨어져 절대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막연한 동경과 아름다움의 원류가 바로 이탈리아다.






괴테의 책 ‘이탈리아 기행’책에 나오는 이탈리아 도시에 대한 묘사와 직접 내가 눈으로 보는 것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탈리아 여행의 재미 중 하나다.

아테네로 간다는 아저씨
산을 하나 넘었다고 하루 아침에 날씨며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왜 로마 사람들이 알프스 북쪽을 야만인의 지역이라고 생각했는지 알겠다. 어제까지만해도 매일 우중충한 곳, 햇빛이 귀한 곳에서 있다가 남부 국가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니 몸과 마음이 녹는다. 비행기를 타고 아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기분이 든다.
오늘은 파도바에 있는 한 웜샤워 호스트 집으로 갔다. 매우 큰 저택에 다섯 가족이 공동체를 이루어서 살고있다. 이런 가족의 형태는 이탈리아에서도 드물다고 한다. 네 이탈리아 가정이 한 이민자 가정을 도와주고 있는 형태였다. 오늘 저녁에는 다섯 가정이 한데 모여 가톨릭 미사를 드린다고 했는데 나는 너무 피곤해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저기 멀리서부터 아이들이 Kim! 이라고 외치며 달려나왔다.
나는 단테 신곡 지옥편 3곡의 첫 구절을 외우고 있어서 그 가족 앞에서 한번 읊어보았는데 큰 감동을 받은 듯 했다. 호스트의 고등학생 아들 말에 의하면 학교에서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을 매 학년 하나씩 배운다고 한다. 한국인이 이걸 외우고 있는건 마치 서양인이 훈민정음 혜레본 서문을 외우고 있는 것처럼 들렸을 것이다.
Per me si va nella città dolente,
Per me si va nell’etterno dolore,
Per me si va tra la perduta gente.
나를 통해 고통의 도시에 가고,
나를 통해 영원한 고통 속으로,
나를 통해 멸망한 무리들 사이로 들어간다.
듣기 좋다고 이걸 음악처럼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이탈리아 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니 파도바 근처에 있는 여러 유적지를 소개해주었다. 그 중에 내 마음을 가장 끈 곳이 바로 베네딕토 수도원이다. 그 곳에서 하루 자보고 싶었다. 본인이 아는 수도사 한 분이 그 곳에 계신다고 하는데 내가 원한다면 본인이 그분에게 한번 연락해보신다고 하셨다.
아, 첫째 아들은 축구에 관심이 많은데 김민재 선수를 좋아했다. 나더러 이탈리아에서 피자를 먹기 전까진 절대 이탈리아를 떠나면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