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질하는 베른의 노인과 스위스의 완벽한 자전거 도로

[유럽 자전거 여행] #15 2025.04.22 스위스 수도 베른을 지나며 프랑스어에서 독일어로 변하는 언어의 경계를 넘습니다. 완벽한 자전거 도로와 철저한 질서 뒤에 숨겨진 엄격함을 목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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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질하는 베른의 노인과 스위스의 완벽한 자전거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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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2

동틀녘 직전이 하루 중 가장 기온이 낮다. 해가 뜬 아침보다 어두운 밤이 아직 더 따뜻하다. 같은 맥락으로 봄은 해가 길지만 아직 춥고, 가을은 해가 짧지만 아직 따뜻하다. 빛과 온도에는 항상 시간 격차가 발생한다.

추운 날에 자면 항상 새벽 5시 반 쯤에 눈이 떠지는데 추워서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 그러나 깨서 무언가를 할 수도 없다. 침낭 밖으로 나가면 더 춥기 때문에 그나마 좀 더 나은 침낭 안에서 고통을 느끼면서 웅크린채 두시간 가량을 반 수면 상태로 버틴다.

와일드 캠핑의 또 다른 단점. 사람들이 오기 전 아침 일찍 짐을 싸서 출발해야한다. 오늘은 스위스 수도인 베른을 거쳐서 작은 마을에 있는 캠핑장으로 가는 것이 목표다.

여행을 하다보면 국민적 정체성이 강한 국가일수록 곳곳에서 국기를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베트남처럼 애국심을 내세워 선전 선동의 목적이 강한 나라들만이 국기를 곳곳에 걸어놓는다고 생각했는데 스위스 같은 선진국이 이런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내가 가졌던 선입견을 바꿔야할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프랑스어가 전부 독일어로 바뀌었다. 적어도 프랑스어는 읽을 줄은 알았는데 나는 독일어에는 전혀 문외한이다.(2주 정도 공부한 적이 있긴하다.) 하지만 독일어를 쓰는 사람들은 대체로 영어를 아주 잘한다. 독일어가 프랑스어보다 영어와 더 가깝다. 프랑스인들은 영어를 할 때도 자신들많의 악센트가 강하게 묻어나오고 표정 변화와 제스쳐만 봐도 라틴계 민족 특유의 느낌이 있다. 하지만 영어를 잘하는 독일인들은 내눈엔 정말로 영어 원어민처럼 보인다.

스위스는 자전거 도로가 거의 완벽하다. 특히 도시가 그렇다. 인도, 자전거도로, 차도가 아주 철저하게 구분이 되어 있는데 이 점이 스페인, 프랑스 남부와의 차이다. 프랑스도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는데 이 정도로 철저하지는 않았다. 어느정도로 철저하냐면 자전거 전용 좌회전 신호가 따로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동시에 점점 독일이 가까워지면서 규율이 엄격해지는 것을 느낀다. 프랑스에서는 자전거가 차도로가든 인도로가든 사람들이 별로 개의치 않았는데 베른에서 내가 실수로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니 할아버지가 옆으로 가라며 지팡이질을 했다. 어느정도의 융통성이 있는게 나는 더 좋다.

베른에서 유명하다는 시계탑 치트글로게(Zytglogge)

평지보다는 언덕길이 많아지니 갈수록 전기자전거가 늘어난다. 우리나라는 어떤 이유에선지 모든 교통수단이 차 하나로 통일이 된 느낌인데 유럽에서는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 자전거로 장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매우 많다.

약국, 마트, 올리브영과 비슷한 Muller, 어느 곳에 들러도 핫팩은 팔지 않는다. 대신 끓이거나 냉장고에 넣어서 쓰는 다회용 패드를 파는데 지속시간이 너무 짧다. 환경보호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때문인지 지금이 봄이 오고 있어서인진 몰라도 일회용 핫팩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오늘도 분명히 잘 때 추울텐데 방법을 고심해봐야겠다.

1박에 43,000원 하는 캠핑장에 묵었다. 스위스 물가는 뭐든지 정말 상상초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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