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없는 국경, 국경 없는 환대
[유럽 자전거 여행] #03 2025.04.07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넘어간 후 국경에서 우연히 만난 웜샤워 호스트.
2025.04.07
오늘 프랑스로 넘어갈 참이다. 캠핑장 가격을 대충 보니 프랑스 쪽이 스페인보다 확실히 가격이 싸다. 그래도 기본 2만원은 한다. 축축한 텐트를 대충 말리고 출발했다.


날씨가 정말 맑다. 이토록 푸른 하늘을 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동남아에서는 쉽게 푸른 하늘을 볼 수가 없다. 흐린 날씨가 많기도 하고 대기오염이 워낙 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그 지역에 직접 가보기 전에는 그곳이 어떨지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그저 내가 가진 이미지로 추측할 뿐이다.
나는 이번 여행하기 전에 인도차이나 반도에는 라오스 한 곳 밖에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태국이나 베트남이 어떤 곳일지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저 발전하지 못한 곳이니 대도시 몇몇을 제외하고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겠구나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사람도 정말 많이 살고 쓰레기도 그만큼 많다. 아예 개발이 하나도 되지 않은 특정한 국가를 제외하고는 저개발 국가들이 훨씬 더 대기오염도 심하고 겉으로 보기에 더럽다.
유럽은 아시아만큼 인구밀도가 높지 않고 환경보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어딜가나 깨끗하다.(뉴질랜드 보다는 덜 깨끗하지만).
우리나라는 쌀농사 지역이라 인구밀도도 매우 높고 문화적으로도 유교, 불교문화권이라 동남아시아의 국가들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다. 가족, 공동체 중심적인 태도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서구국가들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 서구 사회의 개인주의적인 삶의 방식은 이들이 살아온 땅에 그 양분이 있을 터인데 이러한 삶의 태도가 우리나라나 동남아시아에 쉽게 안착이 될지 의문이다. 우리나라의 젊은 사람들이 서구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 서양인들이 풍기는 바이브와는 절대적으로 다르다(고 많이 느꼈다.).
맑은 날씨 덕에 멀리 있는 피레네 산맥이 보인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나누는 산맥인데 4월이라 그런지 아직 산 꼭대기에 눈이 남아있다. 피레네 산맥에도 설산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오늘 나는 스페인-프랑스 국경 사이에 낮은 산을 넘어야 한다. 숲에 난 오솔길을 따라서 자전거를 탔다. 그러고는 국경을 넘은지도 모른채 국경을 넘었다. 이토록 싱거운 국경넘기가 있나. 당연히 EU 간에 국경을 그냥 넘을 수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 흔한 국기 하나 볼 수 없을 줄은 몰랐다. 국경을 넘자마자 아주 작은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성미구엘 교회 앞에 마실 수 있는 물이 있기에 물통 가득가득 물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그 약수터 바로 앞에 잔디밭이 하나 있었다.



프랑스로 넘어왔는데 프랑스 국기를 못봤다.
여기는 습도가 그다지 높지 않아 자전거를 많이 타도 몸이 찐득찐득해지지가 않는다. 간단하게 씻을수만 있다면 자는데 아무런 찝찝함이 없다. 원래 캠핑장을 갈 생각이었는데 여기서 와일드캠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집 아저씨가 때마침 밖에 나와있길래 저기 잔디밭에 텐트를 쳐도 되냐고 물었다. 뒤쪽에 더 좋은 장소가 있다고 말해주어서 그 쪽으로 가는데 다시 나를 불러세운다. 원한다면 자기 집에서 자도 된다고 한다. 자기도 자전거로 여행을 했고 웜샤워 호스트인데 저녁까지 해주시겠다고 했다. 마다할 이유 없이 그 집으로 들어갔다.
나랑 비슷하게 엎치락 뒷치락 하면서 자전거타고 국경을 넘은 프랑스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두 분이 프랑스어로 뭐라뭐라 대화하다가 나를 보고 "서울!"이라고 했다. 시골 할아버지들도 서울은 다 아나보다.
집에는 다락방에 침대가 있는 공간이 있었고 거기에서 자면 된다고 한다. 아저씨는 남미, 동남아,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다행히 영어를 잘하는 아저씨였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함께 먹었다. 채식주의자여서(이제껏 만난 서구권 웜샤워 호스트 절반 정도가 채식주의자였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는데 나는 그래도 배가 고파 내가 가진 파스타를 요리해먹었다.
침대에서 푹 잘 잤다.
우연인지 직접적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국에서도 여기서도 국경 마을에 사는 웜샤워 호스트들이 유독 친절했다. 외부인들을 많이 봐서인지 국경 마을이라는 지리적 특성때문인지 타인에 대해 좀 더 열려있는 느낌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