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km, 1,900m 등반: 알프스 그로스글로크너를 향한 치밀한 계획

[유럽 자전거 여행] #25 2025.05.09-10 오스트리아 알프스 Grossglockner Alpine Highway 앞 캠핑장에서 머문 하루. 어떻게 저기를 넘을지 철저하게 계획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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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5km, 1,900m  등반: 알프스 그로스글로크너를 향한 치밀한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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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9

거리상으로 여기서 Grossglockner까지는 이틀이 걸린다. 하지만 이틀 뒤까지 그 산에는 눈예보가 있어서 최소 그 다음날은 되어야지 그 곳을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실내 공간을 쓸 수 있는 캠핑장이라는게 아주 드물게 좋은 상황이라 하루 더 쉬고 내일 출발할까 잠깐 생각했지만, 언제나 상황과 일정이 달라지는 내 여행의 특성을 고려해서 일단은 그 근처로 향하기로 했다.

나는 겁이 많아 다른 낭만적인 자전거 여행자들에 비해 안전마진을 크게 잡는 성향이 있다. 용감한 자전거 여행자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크게 개의치 않고 그것도 여행의 일부로 수용한다. 예를 들어 나는 해 지기 전에 잘 곳, 물의 양, 식량, 다음 날 일정이 대충이라도 정리되어 있어야 마음을 놓인다. 반면 어떤 여행자들은 어디서든 잘 데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며 저녁까지 배회하다가 적당한 곳에 텐트를 치고 잔다.

산을 하나 넘기 전에도 정상의 고도, 남은 적설량, 자전거 통행 가능 여부, 하산 뒤 머물 수 있는 곳까지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일단 올라가보고, 안 되면 돌아오거나 길 위에서 방법을 찾는다. 나에게는 불확실성이 용감한 자들에게는 모험이다.

Grossglockner를 넘으려면 20km 정도의 거리에 상승고도가 무려 1900m 정도를 올라야한다. 6개월이 넘는 자전거여행 중에서 평균 경사도가 역대 최고다.(라오스에서 1,849m를 넘은 적은 있다.) 이 정도 경사에서 짐을 실은 자전거를 ‘타는’건 불가능하고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가야 한다는 말인데 걷는 속도를 시속 5km 정도로 잡으면 올라가는데만 무려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래서 오늘 나는 경사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에 있는 캠핑장으로 향했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 #21 라오스 | 무정부 상태의 도로 위에서 마주한 신선계: 라오스 북부 고원의 경이로움
[동남아 자전거 여행] #21 라오스 2025.01.09 루앙프라방에서 방비앵 가는 길. 라오스에서 가장 높은 도로, 해발 1,900m 카시 산 고개(Kasi Mountain Pass) 넘기.

아, 아쉽게도 또 문이 닫혀있다. 춥고 비오는데다 그 곳은 알프스를 보고 싶어하는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라(대부분의 숙소들이 아직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근처 아무데서나 와일드캠핑을 하면 문제가 생길 거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거기서 조금 떨어진 곳 캠핑장에 갔는데 가격이 무려 하루에 32.6유로. 5만원 정도 되는 미친 가격이다. (심지어 그 흔한 주방도 없다.) 하지만 내가 이 곳으로 경로를 변경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참고로 이 캠핑장 바로 위에 젤암체(Zell am See)라는 호수가 하나 있는데, 일주일 정도 뒤에 만난 독일 자전거 여행자가 이 호수는 코란에서 묘사되는 장소와 비슷하게 생겨서 무슬림 여행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내일 날씨를 보니 흐리긴 한데 비, 눈 예보는 사라져서 내일 출발할지 말지는 내일 결정하기로 했다.


2025.05.10

일기예보를 보니 날씨는 괜찮아보이는데 웹사이트를 들어가본 결과 자전거는 통행 금지라고 나와있다. 차도 겨울 전용 타이어를 장착한 차만 출입가능하다고 나와있는 걸로 보아 아직 산에 눈을 다 치우지 못한 모양이다.

결국 여기 하루 더 머무르기로 했다. 챗지피티와 한참을 의논한 끝에, 내일 일요일에는 오전 10시가 넘어가면 알프스를 보려는 관광차들이 도로로 많이 올라온다고 하여 매우 일찍 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예상 출발 시간 5시 50분.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추고, 그 다음날 먹을 음식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산의 구조는 아주 높은 봉우리가 하나 있고 그 위로 고원같은 부분이 수 km 지속된 후에 살짝 솟은 다른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내 계획은 차가 많이 몰리기 전 시간까지 첫번째 봉우리를 올라간 후 오후 12시 무렵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다. 내일 제때 일어나기만 한다면 계획에는 큰 차질이 없으리라.

다만 변수가 하나 있다면, 자전거 통행금지가 해제 되지 않을 가능성인데, 내일 매우 맑은 날씨를 보아선 그럴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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