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바르셀로나로 가자
[유럽 자전거 여행] #01 2025.04.05 아침 일찍 바르셀로나 도착해서 그라나다 대성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변가에서의 캠핑
2025.04.05
기분이 이상하다. 인천공항에서 뉴질랜드에 처음 갈 때는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했었다. 반면 뉴질랜드에서 태국 방콕으로 갈 때는 오묘한 감각이 들었었다. 그 땐 때마침 비행기를 타기 전날부터 비행기에서까지 '별이삼샵' 웹툰을 보고 이승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란 노래를 계속 들어서일까, 마치 긴 여행을 마치고 고향(아시아)에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방콕에 도착했을 때 고향에 온 느낌이었다. 뉴질랜드보다 덜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한 동안은 더 이상 텐트에서 자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그리고 신기하게 내가 방금 언급한 웹툰과 노래의 배경이 된 2000년대와 비슷한 느낌이 나는 태국의 분위기.

태국만 생각하면 나는 이 음악이 머릿 속에 자동 재생된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로 가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여행은 길어졌고 마음 속에 막연한 노스탤지어에 대한 감각은 있는데 오히려 집에서 더 멀어지는 방향으로 향하는 비행기.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싫은 마음. 한국에 있다가 바르셀로나로 갔다면 모험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들떴겠지만 길어진 여행은 새로움에 대한 자극을 줄이기 마련이다. 시간이 갈 수록 여행자가 아니라 길 위에서 떠도는 나그네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2026.03.25
애초에 여행을 시작할 때 부터(2024.11.02 시작) 이렇게 목표를 잡았다. 목표를 정한 이상 도중에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 뉴질랜드 횡단
- 동남아 4개국 여행
- 그리스 → 바르셀로나로 향하기 (오른쪽에서 왼쪽)
(루트 계획의 모든 이유는 순전히 날씨 때문이다. 이 모든 건 겨울을 피하는 루트다. 왜냐하면 나에겐 월동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오스에서 나에게 파미르 고원에 대한 열망을 심어준 여행자를 만나고 루트를 뒤집었다. 바르셀로나 → 그리스 방향으로 향한 후에 돈과 열정이 남아있다면 터키로 배를타고 건너가서 가능하다면 파미르 고원까지 가는 루트다. 이게 될지는 미지수다.
여기서 만난 한 한국인 여행자의 이야기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밤 늦게 오클랜드 공항에 떨어지는 바람에 쓸 데 없이 비싼 에어비앤비 숙박료를 지출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으로 교훈을 얻어서 이제는 최대한 일찍 그 나라에 떨어지는 비행기 표를 찾는다. 바르셀로나에 4월 5일 아침 8시에 도착했다. 이제 나도 자전거 조립이 꽤나 익숙해져서 빠르게 조립을 완료했다.


바르셀로나는 볼 게 많아서 제대로 관광을 하려면 며칠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럽 대도시는 소매치기 위험이 너무 높고 숙박비가 매우 비싸다. 그래서 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유명한 그라나다 대성당 딱 하나만 보고 외곽에 있는 캠핑장으로 바로 빠져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바르셀로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동남아의 도시보다 한산하고 교통체증도 덜 했다. 무엇보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우리나라는 좀 덜하긴 한데 동남아는 어느 도시든 차와 오토바이만을 위한 도시공간이라는 느낌이 많았는데 여기는 확실히 보행자, 자전거, 퀵보드 친화적인 곳이다.
그라나다 대성당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이 우글거리는 바깥에서 행여나 소매치기 당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면서 대충 구경하고 바로 밖으로 빠져나왔다.





앞으로 초가공식품은 내 주식이다.





사실 아직도 정신이 얼떨떨하다
여전히 기분이 얼떨떨하다. 내가 갑자기 유럽으로 왔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난다. 내 몸은 이 곳의 기후를 느끼고 사람들을 보고 여기의 교통흐름에 맞춰가고는 있지만 내 정신이 아직 상황을 못 좇아가고 있다.
유럽은 유로벨로라고 공식적인 자전거 여행 코스가 있다. 유로벨로 공식 사이트도 있어서 거기서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루트를 짜준다. 나도 그 지도를 다운 받아서 내 자전거 네비게이션에 설치했다. 하지만 바닷가라 그런지 길이 뭔가 좀 이상했다.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곳도 많았고 모래사장도 꽤 많았다. 유로벨로 코스를 곧이 곧대로 믿고 가긴 좀 어려울 듯 싶었다.

하노이에서 며칠 있으면서 유럽여행 계획을 짤 때 어플을 이용해서 캠핑장 가격을 좀 확인했다. 뉴질랜드가 대부분 만원 대에서 비싸면 2만원 대까지 갔는데 어플로 확인해 본 바르셀로나 근방 캠핑장의 가격은 기본이 4만원 이상이다. 해안가 지역이라서 그런가 싶어서 다른 곳도 확인해봤는데 아무리 싸도 3만원 정도 한다.(가끔씩 만얼마짜리도 있긴하다.) 아무리 유로화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다. 인터넷에서 읽은 자전거 여행 후기든, 직접 들은 얘기든, 유럽 캠핑장은 가격이 싸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전거는 캠핑은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기에 직접 캠핑장에 가서 물어보면 앱에 나와있는 가격보다는 싸겠지 하는 기대감에 여러 캠핑장을 가봤건만 앱에 나와있는 비용과 똑같은 비용을 받는다. 결국에 4만원 정도를 내고 한 캠핑장에서 머물렀다. 계속 이렇게 되면 여행을 지속할 수가 없을거 같다.





여기서 만난 아저씨도 그리스 아테네로 향한다고 한다. 저 정도 짐을 싣고 다니는 자전거 여행자는 처음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