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우의 파르테논, 발할라(Walhalla): 독일의 평원 위에서 그리스를 만나다
[유럽 자전거 여행] #21 2025.05.01 독일 노동절의 정적을 뚫고 바이에른의 상징, 발할라(Walhalla) 신전으로 향합니다.
2025.05.01
호스트의 집은 크고 주인 아저씨의 차도 좋다. 자식도 의대에 다니는 걸로 보아 확실히 중산층 이상의 가정인 듯 했다. 오늘 아침엔 두 부부, 딸, 친구 2명, 딸 남자친구 이렇게 다 같이 아침을 먹었는데 상당히 어색했다. 딸 남자친구가 딸 집에와서 같이 지내는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유럽은 이렇게 연애하다가 마음 맞으면 같이 살다가, 애를 갖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한다. 혼외 출산율이 굉장히 높다.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 되는 것이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은 혼외출산율이다.
오늘 노동절이라서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고했다. 공휴일임을 또 깜빡했다. 여기선 토요일에 미리 다음날 먹을 음식을 사놓아야 한다. 난처한 기색을 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파스타와 파스타 소스, 각종 빵, 초콜렛을 주셨다. 오늘은 이걸로 하루를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겸양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은 내가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말해야한다. 우물쭈물하고 미안해하면 이 나라 사람들은 못 알아듣는다. 독일 사람이 무언가를 주려고 할 때는 내 마음을 확실히 정해야한다.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고는 그걸 확실하게 표현해야한다. 이게 여전히 어렵다.




Straubing 바로 옆에 있는 곳에 발할라(Walhalla)라는 그리스 파르테논과 비슷하게 생긴 건축물이 있다고 해서 그 곳으로 먼저 가려고 한다.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경로와는 또 살짝 다른 경로이다. 목적지만을 향해서 가는 여행이 아니라 조금씩 돌아가도 문제 없다.
햇빛이 무척이나 강하고 건조하다. 6월의 그리스는 이 햇빛보다 더 강하고 더 건조하다고 한다. 비 오는 날에는 햇빛이 그토록 그립더니 햇빛이 조금 강하다고 힘들어 하는 나다. 너무 뜨거운 햇살은 성가시고 춥고 비오는 날씨는 고통스럽다. 아무래도 전자가 훨씬 낫다. 이미 이보다 강한 햇살을 동남아 남부에서 경험했다. 물을 하루에 8L씩 마셔도 사라지지 않는 갈증 말이다.
저 멀리 신전과 같은 건물들이 보였다. 발할라는 북유럽 신화의 용사들이 가는 천국 같은 곳인데, 저기 발할라 신전 안에는 칸트, 바흐, 베토벤, 아인슈타인 같은 수많은 위대한 인물들의 흉상이 놓여있다. 일종의 문화적 천국인 셈이다.
자전거를 입구에 세워놓고 높은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안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하기에 그냥 밖에서만 구경하고 나왔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싫어하지 않는데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썩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자전거를 밖에 장시간 놔두는게 부담이 된다. 이런 곳에는 배낭여행이 더 적합할 거 같다.


오늘은 딱 적절한 위치에 있는 한 곳에서 와일드 캠핑을 할 예정이었다. 와일드캠핑시 필수는 물이다. 요리를 어떤걸 하냐에 따라 다르고 얼마나 씻을거냐에 따라 다른데 최소 2L, 권장 4L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늘은 물을 살 수 있는 마트조차 전부 문을 닫아버려서 어쩔 수 없이 겨우 주유소에 있는 작은 슈퍼에 들어가 물 3L를 거의 만원을 주고 샀다. 캠핑비를 아낄 수 있으면 이게 이득이다.
그래블 코스를 지나 겨우 내가 찾은 장소로 향했다. 물이 흐르는 냇가 옆에 있는 작은 피크닉 장소였는데 문신이 많은 젊은 남녀 네 명이 함께 술을 마시면서 이미 그 장소에서 놀고 있었다. 잠깐 동안 여기 텐트를 칠까 고민을 했지만 별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근처에 캠핑장으로 향했다. 캠핑장 값은 11유로 였는데 진작 캠핑장으로 올 걸 그랬다. 물 값을 그냥 날린거다.
완벽한 여행이 어디에 있겠냐. 이 정도는 감수하며 여행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