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두려워도 아침은 온다: 와일드 캠핑의 밤
[유럽 자전거 여행] #05 2025.04.09 프랑스 나르본(Narbonne)를 지나 베지에(Beziers) 근처에서의 와일드캠핑.
2025.04.09
ioverlander라는 앱이 있다. 전세계 캠핑 여행자들이 와일드캠핑 장소를 쉽게 찾는 앱이다. 누군가 어떤 곳에서 와일드캠핑을 하면 그 장소를 지도에 등록하고 후기를 남겨놓는다. 거기에 또 다른 누군가가 묵으면 거기에 그 사람도 후기를 남긴다. 유럽 전역에 여기 앱에 등록된 장소가 많다. 오늘은 여기 등록된 장소 중 한군데를 목적지로 정했다.
그 날의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가면 잠 잘 장소를 찾을 때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해가 8시 넘어서 지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는데 그래도 6시가 넘어가면 슬슬 긴장된다. 만약 해지기 전까지 제대로 된 장소를 찾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오늘은 100km 정도 자전거를 타야지 하고 생각했다면 80km 지점부터 캠핑 장소를 물색하는데, 그 시간이 오후 3시 정도 밖에 안됐다면 자연스레 자전거를 더 타게 되고, 100km 지점부터 캠핑 장소를 물색하게 된다. 그런데 만약 100km 지점이 대도시라면 적어도 10~20km를 더 가야 와일드캠핑할만한 장소를 찾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이 앱에 등록된 장소로 가되, 만약 그 장소가 폐쇄되었거나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면 근처에 있는 유료캠핑장을 가는 식으로 하자고 생각했다.


점심으로는 케밥을 먹었다. 일단 나는 음식에는 전혀 일가견이 없어서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잘 모르고, 예산이 정해져있기에(하루 약 30유로) 저렴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한다. 맥도날드에 한번 가봤는데 세트 메뉴가 2만원이 넘어가서 한번 가고 그 후로는 안갔다. 나에겐 케밥이나 햄버거나 그 맛이 그 맛이고 보통 로컬 케밥집은 가격이 싸다. 그래도 10유로 정도는 한다.
가장 저렴하게 음식을 먹으려면 lidl이나 aldi 혹은 intermarche에서 음식을 사먹으면 된다. 주로 저녁과 아침을 이렇게 해결하고 점심 쯤 가방에 남은 음식이 없으면 케밥을 먹는 식이다. 내가 이 때까지 갔던 모든 마트에 한국 라면이 없다는게 너무 아쉽다. 정말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다. 뉴질랜드에는 어느 곳에나 신라면을 팔았는데 말이다.

바르셀로나부터 지금까지 내가 본 아시아인이라고는 맥도날드에서 봤던 중국가족이 다였다. 특히나 자전거를 탈 때 전부 현지인아니면 근처 유럽 국가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린 아이들이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내가 지나가거나 도시에서 자전거로 서성거리고 있으면 신기한지 계속 빤히 쳐다본다. 나는 피부가 탈까봐 자외선 차단 복면을 쓰고 선글라스를 끼고 자전거를 타는데 여기에서는 나처럼 얼굴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나라나 동남아 사람들은 햇빛을 어떻게든 가리려고 하는데 유럽 사람들은 어떻게든 햇빛을 받으려고 한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다가도 사람을 만나면 나도 복면을 내리고 인사를 한다. Bonjour.
아직 인종차별이라 느낄만한 부분은 전혀 없었는데 오늘 자전거를 타면서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 10대나 20대 초 정도로 보이는 남자 두명이 한 오토바이를 타고 내 옆을 아주 빨리 지나가면서 소리를 크게 질렀다. 순간 깜짝 놀랐고 기분이 나빴는데 베트남의 차, 오토바이 소리에 익숙해져 있던터라 크게 게의치 않을 수 있었다.(베트남 경적 소리가 더 시끄럽고 더 기분나쁘다.) 내 뒷모습만 보고 소리를 지른거라 이건 인종차별이 아닌, 남성호르몬 왕성한 남자애들의 치기 어린 태도일테다.




iOverlander로 미리 찾아놓은 곳에 도착했다. 텐트 치기 적당한 장소가 있었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가끔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전부였다. 새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곳이었다. 파스타와 빵을 조금 먹고 잤다. 와일드캠핑을 할 때는 내가 가져온 쓰레기를 철저히 가져가야 하는게 원칙인데(LNT, Leave No Trace) 서구권 국가에서는 비닐봉지를 구하기가 좀 어렵다. 그래서 마트에 갔을 때 과일코너에 친환경 분해 비닐봉지가 좀 있길래 몇개 가져왔다.
숲속에서 나 혼자 자는 와일드 캠핑이 생각만큼은 무섭지 않다. 달빛이 생각보다 밝고, 잠에 들어버리면 무서워할 새 없이 그냥 아침이 오기 때문이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서 잠깐 깼는데 저 쪽에 있는 바위가 늑대인줄 알고 순간적으로 몸이 얼어붙었다는 점만 빼고는 크게 무서운 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