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도시 아우구스부르크: 도나우강 루트를 잠시 벗어나 장비를 정비하다

[유럽 자전거 여행] #19 뼈를 파고드는 추위를 견디다 못해 독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장비 재정비를 단행합니다. 쇠맛 나는 알루미늄 반합과 부피가 줄어든 낡은 매트를 버리고, 최고급 에어매트리스로 교체하며 체감하는 장비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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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9

현재 내 발포매트는 두개, R-value 2와 R-value 1짜리를 겹쳐쓰고 있다. 이론상 0도 근처까지 바닥 냉기를 잘 막으면서 쾌적하게 잘 수 있어야 한다. 침낭은 컴포트 온도가 -2도. 평균의 여자가 가볍게 옷을 입고 적절한 매트리스를 깔고 영하 2도까지 쾌적하게 잘 수 있어야하는 침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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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value는 매트리스의 단열 성능을 나타내는 수치다. 숫자가 높을수록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더 잘 막아준다.

체온은 잠을 자는 도중에 낮아져서 새벽에 온도가 가장 낮다. 바깥 온도도 마찬가지이다. 동트기 직전의 온도가 가장 낮다. 그래서 추운 날에는 새벽 5시 무렵에 깨서 해가 뜰 때까지의 동안을 추위에 웅크려서 버텨야한다. 잠이 들 때는 춥지 않다가 새벽에 추운 것이다. 실내 침대에서 푹신한 이불을 깔고 편하게 잘 때는 그냥 우리 몸이 본능적으로 이불을 걷어냈다가 다시 덮었다 하기에 이런 사실을 잘 모른다.

아무튼 현재 문제는 새벽에 다리쪽이 유독 시렵다는 것이다. 내가 두꺼운 바지가 없기도하고 원래 신체의 말단부분이 추위에 더 취약하다. ChatGPT에게 물어보니(믿을 만한 놈이 이 놈 뿐이다.) 상체가 아니라 다리 쪽이 차다는 것은 매트리스의 문제일 확률이 더 크다했다. 정말 추운 날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뼈를 파고든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파고드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한마디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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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 가지고 있던 써머레스트 지라이트솔 발포매트(근본 매트다.)는 내 자전거 패킹 공간의 부족으로 항상 끈으로 꽉 묶고다녀서 부피가 거의 반으로 줄어버렸다. 그만큼 공기층이 있을 공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바닥 냉기를 못 막는다는 말이다.

이 놈을 버리고 새로운 에어매트를 사기로 다짐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데카트론에서 17만원 정도하는 에어매트를 사든가, 아니면 써머레스트의 에어라이트 제품(한국인터넷 가격 28만원, 유럽 오프라인 가격 40만원)을 사든가 정해야 한다. 내 성격상 한 번 살때 최고로 좋은 걸 사서 오래, 제대로 쓰는 걸 좋아하기에 비싼걸 사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게다가 어젯밤 여기서 만난 독일인 부부가 본인들도 십 몇년 전 에어라이트를 써서 이때까지 쓰고 있는데 단 한번도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했다. 이틀전 부모님과 형이 생일이라고 준 용돈도 있지 않은가.

​물건을 사기로 마음먹어도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찾아보니 다행히 남동쪽에 Augsburg라는 굉장히 역사가 깊은 마을이 있는데 그 곳에 Globetrotter 매장에 재고가 있다. 내가 현재 가고 있는 도나우강 루트에서 살짝 벗어난 곳인데 어쩔 수 없다.

가게에 도착해서 내가 예전에 쓰던 메트리스를 버리고 새 에어매트리스를 샀다. 기왕 사는 김에 예전에 쓰던 반합도 버리고 새 조리도구를 구매했다. 반합의 코팅이 많이 벗겨져서 물을 끓여마시면 쇠맛이 난다. 알루미늄이 신경에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 나로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다. 이것도 꽤 괜찮은 브랜드로 바꿨다.(두 제품이 모두 기존에 쓰던 것보다 가볍다.)

사람이 참 신기한게 인터넷으로는 이것 저것 그렇게 고민하고 따져보던 것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원의 신뢰어린 얘기를 조금만 듣다보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뒤로 재쳐두고 물건을 구매하게 된다.

독일 도시는 지나치게 신호등이 많아서 자전거타기 불편하게 느껴진다. 자전거 도로도 완벽하다시피 많아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거 같은 느낌이다. 근데 처음 이 나라, 이 도시에 온 사람에게는 아직 도로 시스템이 완벽하게 적응이 되지 않아, 도시 안에서는 내가 자전거를 타면서도 내가 맞게 가고 있나라는 의심이 계속 든다.

물건을 사고선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살짝 올라가면 있는 캠핑장에서 새로 산 조리기구로 음식을 해 먹었다. 새로산 놈들이 부피가 작아서 패킹이 좀 더 간편해진게 참 맘에 든다.

뉴질랜드에서 만났던 독일인 자전거 여행자 뮌헨에 오면 분명히 재워준다고 했었다. 아쉽게도 일정이 안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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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확실히 외모에 신경을 다른나라보다 덜 쓰는 듯 하다. 도수가 높은 안경을 써서 눈이 작아보이는 사람도 독일엔 많고 너드나 공학자처럼 보이는 사람도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 물론 엄청 멋진 외모를 가진 사람도 있는데 그 만큼 반대의 사람도 많이 보인다. 다른 나라보다 겉보습의 편차가 큰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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