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사우를 지나며: 도나우의 안온함을 뒤로하고 알프스의 냉기 속으로
[유럽 자전거 여행] #22 2025.05.02-05 독일 파사우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서며 도나우강의 평탄한 일상에 지루함을 느낍니다. 비엔나와 부다페스트로 이어지는 안락한 경로를 과감히 이탈하여, 해발 2,504m의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로 향합니다.
2025.05.02
오늘 목적지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 마을 Passau라는 곳이다. 유럽의 국경을 넘다보면 국경 선이 그어져 있는 이유가 꽤나 합리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산, 강, 호수가 그 경계를 확실히 나누고 있다. 파사우는 도나우강과 함께 인강과 일츠강이 만나서 독일과의 경계를 이룬다. 요 며칠은 좀 따뜻했는데 문제는 다음주다. 다음주의 날씨를 보니 비가오고 최저기온 6도 정도 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체감 온도가 보통 3도 정도 떨어지는데 자전거를 타지 않고 쉬고 있으면 너무 춥다.
햇빛이 강하니까 꽤나 덥다. 그래도 습하지는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그리스에 가면 6월달에 햇살이 상당히 강하다는데 겁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자전거 타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마주치며 파사우의 데카트론에 들렀다. 잘 때 입을 바지를 하나 사기 위해서다. 지금 입고 있는 바지는 태국에서 샀던 아주 얇은 긴 바지인데 오늘 데카트론에서 그 위에 입을 플리스 재질의 가벼운 바지를 하나 샀다. 내 자전거 가방이 작은 편이라 두꺼운 옷 여러벌을 넣을 자리가 없다.
요며칠 독일의 끝없이 이어지는 숲을 지나고 있는데 왜 고대 로마의 타키투스가 그의 저작 <게르마니아>에서 게르만 땅을 두고 숲과 늪으로 뒤덮인 땅으로 묘사했는지 알겠다.
원래 오늘 파사우 시내에 있는 성당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그래서 바로 미리 봐둔 캠핑장으로 갔다.
캠핑장에 자전거 여행자들이 정말 많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라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바이크패킹을 떠나나 싶다.




2025.05.03
아침에 간단하게 성 슈테판 성당을 구경하고 파사우 시내를 빠져나왔다. 계속해서 도나우 자전거길이 이어지는데 이번에도 분명 국경 사이에 아무런 표지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GPS를 유심히 보면서 달렸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 흔한 국기 하나 없다.







도나우강 바로 건너편엔 독일 바이에른 지방, 이 쪽에는 오스트리아이다. 유럽은 국경을 넘어도 사람들이 사는 형태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유럽에서의 변화는 점진적인 그라데이션 형태로 일어나는데 반면 동남아에서 국경을 두고 사람들의 삶이 계단도 아닌 절벽 형태로 변한다. 태국과 라오스는 국경을 넘는 순간, 바로 엄청난 변화가 체감됐다. 태국-캄보디아, 캄보디아-베트남도 마찬가지였다.
강을 따라가면 당연히 평지에 강 유역에 자연 경관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이 만난다. 여기는 유독 바이크패킹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전거 복장을 완벽하게 갖춰입고 빠르게 질주하는 형태의 자전거들이 많이 보였다. 이런 느낌의 길들이 계속해서 빈,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재미가 없을 것만 같다. 자전거 여행의 재미는 도시 경관이나 역사 건축물을 보는 것보다는 자연을 보는데에 더 큰 재미가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잔뜩 있다. 젊은 사람들은 모험을 하러 더 야생적인 곳으로 갔겠지?)
오늘 밤부터 거의 다음주 목요일-금요일까지 이 근방에 비가 내린다. 날씨만 좀 더 따뜻하다면 자전거를 탈 수 있을텐데 날씨가 추워 고민이다. 프랑스-스위스에서 비가 왔을 때, 이번 날씨보다 따뜻했다. 하지만 그때도 너무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었다
하룻밤 11유로 하는 캠핑장에 도착했다. 내일은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데 여기서 하루 쉬면서 블로그도 쓰고 좀 쉬어야겠다.




2025.05.04
다음날, 일요일. 일요일인 걸 또 간과했다. 주변에 마트들이 문을 닫았는데 내가 가진 음식이 없다. 근처에 무인 상점이 있기에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유럽 계좌번호가 있어야 앱을 깔아서 그 상점에 있는 물건을 살 수 있다.
바로 옆 케밥집이 열었기에 거기 가서 햄버거를 먹고 저녁에 먹을 케밥을 하나 포장해서 왔다. 케밥 가격이 5.9유로인데 양에 비해 가격이 나쁘지 않다. 할인마트에 파는 샌드위치가 2유로 정도 하는데 그것보다 양이 2배 이상 많고 야채도 많다.

쉬는 날이 길어지면 루트를 고민하게 된다. 쉬는 날 없이 달리면 원래 정해놓은 루트대로 달리게 된다. 생각보다 자전거 타고 캠핑하다보면 하루가 금방 가기 때문에 루트 고민을 진득하게 앉아서 할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루트대로 가자니 지루하다. 도나우강 자전거길은 아주 잘 만들어진 평지 자전거 길이라서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이 길을 따라가면 비엔나, 부다페스트 같은 역사적인 도시들을 많이 들를 수는 있지만 자전거 여행은 도시 방문이 주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삶에서 환기가 필요할 때 여행을 가곤한다. 나의 경우는 도나우강을 따라 가는 이 지루한 라이딩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 되어버려서 이 일상에 지루함을 느꼈다. 더 살아있고 싶고 더 거친 곳을 가고 싶었다. 내 여행을 그저 타성에 젖은 무표정의 여행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에 더 웅장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어디있나싶어 주변을 찾아보니 오스트리아 알프스의 최고봉 해발 3,789m Grossglokner산 옆으로 Grossglokner Alpine Road라는 길이 하나 나있는데 해발 2,504m 최고지점을 통과해야한다. 사진을 살펴보니 알프스의 절경을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여기를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날씨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다음주 토요일까지 이 근방에 비 예보가있다. 온도도 최저기온 3-4도 최고기온 10-11도의 온도가 지속된다. 게다가 산에 설치된 실시간 웹캠을 보니 여기는 지금 눈이 온다.(저녁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 몇 주 전 오스트리아아 친구 Hannah와 왓츠앱으로 얘기를 좀 했었는데 5월 오스트리아에는 Saint Ice인가 Frost인가가 온다고 했었는데 그 말이 맞다.
기존의 경로를 유지하면 비도 별로 오지 않고 날씨도 훨씬 낫다. 하지만 여기를 가지 않으면 분명 후회하겠지? 거리, 시간 계산을 대충 하보니 여기서 하루 더 쉬어야겠다는 결론이 났다.
바로 여기다. 실시간으로 사진을 볼 수 있다. 이름도 웅장하다. 그로스글로크너!
2025.05.05
비가 계속 오니까 너무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