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은 낭비예요": 아테네를 하루 앞둔 밤
[유럽 자전거 여행] #53 2025.06.15
2025.06.15
오늘은 아무래도 숙소에서 자야할 거 같다. 내일이면 아테네로 도착을 하는데 오늘 가는 길에는 몰래 잘 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20일 출국이니 여행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아무런 정보가 없는 곳에서 와일드캠핑을 하는 리스크를 지고 싶지도 않았다. 유럽 여행에서 일요일은 고통의 시간이다.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지 않으면 배고픔은 감수해야한다.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나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 하체가 튼튼해지고 체형이 건강하게 바뀔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이다. 탄단지의 극단적인 불균형, 지나친 단순당과 정제당 섭취, 부족한 식이섬유로 인해서 배에 지방은 끼고 상체에 근육은 전부 빠진다. 그렇다고 하체근육이 더 커지냐? 그것도 아니다. 전문 사이클링 선수들은 폭발적인 힘을 하체에 실어서 자전거를 타는데 그래블 바이크같은 경우는 기어비가 워낙 좋아서 힘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웬만한 오르막은 쉽게 오를 수 있다. 단거리주자보다는 마라톤 선수와 같은 체형이 되는데 영양섭취가 너무 안좋아서 미학적으로 몸이 많이 이상해진다.



오늘은 작은 모텔 같은 방에서 잤는데 7만원 정도를 냈다. 아깝지만 별 수 없지. 내일이면 긴 여행의 끝, 최종 목적지 아테네에 도착한다. 밤에 친구가 인스타그램으로 릴스 하나를 보내줬는데 김풍이 침착맨 방송에 나와서 ‘낭만은 낭비예요’ 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배경음악은 은방울꽃. 어제 그걸 보면서 펑펑 울었다. "내가 바보 같은 선택을 한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과 "그래도 이건 내 삶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라는 확신이 부딪히면서 나온 파열음이다.
도대체 내가 이 여행을 위해 얼마나 낭비를 했는가. 자전거와 장비를 사는데 쓴 돈, 여행에서 쓴 돈, 그리고 8개월 일을 쉬느라 벌지 못한 돈. 돌아가서 후회를 할지, 그 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라고 생각을 할 지는 시간이 판단해줄테지만 마음 한 켠에 찝찝함과 두려움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며칠 전부터, 올라오는 일 공고를 찾아보고 있는 나는 100% 낭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 계획과 거의 유사하게 내 여행을 끝마친다. 약간의 시간차와 경로 수정은 있었지만 말이다.
긴장과 의지가 다 한 후에야 벅찬 감정이 찾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