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다르 혹은 슈코더르: 발칸 최대 호수가 그어놓은 두 나라의 경계
[유럽 자전거 여행] #41 2025.05.30 짙고 어두운 침엽수림의 나라 몬테네그로를 떠나, 유럽의 이색적인 풍경을 간직한 알바니아로 진입합니다. 발칸 최대의 습지 스카다르(슈코더르) 호수를 끼고 달리는 여정과, 국경을 넘자마자 마주한 동남아시아 닮은 노점상들, 그리고 복잡한 화폐 체계 속에서 느낀 경제적 격차를 기록합니다.
2025.05.30
몬테네그로(Mont+Negro)는 그 자체로 검은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다. 어두운 침엽수림이 국토 대부분을 덮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직접 보면 이해가 된다. 크로아티아 해안의 초록색이 싱그러운 초록색이었다면 이 곳의 초록색은 좀 더 짙고 어둡다.
스카다르 호수를 끼고 한참을 달렸다. 스카다르 호수는 반은 몬테네그로, 반은 알바니아에 있어서 발음하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몬테네그로에선 스카다르라고 부르고 알바니아에서는 슈코더르라고 부른다. 발칸반도 최대의 호수로 서울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수면 면적이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호수라기보다 물, 습지, 갈대밭, 산지가 한꺼번에 붙어 있는 거대한 생태 공간에 가깝다. 몬테네그로 쪽은 국립공원으로 보호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습지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중간에 한 동네의 식당에 들렀다. 정겨운 느낌이 좋다.
오늘 이 쪽으로 쭉 달리면서 알바니아로 넘어갔다. 이전까지의 발칸국가에서는 차와 함께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 국경을 넘어갔는데 여기 오니 자전거는 따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고한다. 사실 차 뒤에서 기다리다가 옆에서 그냥 가라고 알려줘서 새치기 하듯이 민망하게 국경 검문소로 향했다. 여권에 알바니아 도장을 안 찍어주길래 물어보니 같은 발칸국가라 도장이 필요없다고 한다.
알바니아로 들어오는 국경 검문소부터 내가 알던 유럽의 느낌과 확실히 다르다는 체감이 들었다. 동남아와 비슷하게 도로 옆에서 뭔가를 파는 노점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바니아로 넘어오자마자 구걸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성에게 2유로를 주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얼마나 무너졌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구걸을 하게 될까. 한 나라에 구걸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개인의 책임도 있겠지만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부랑자 인구 수만 봐도 확실히 알 수 있다.





알바니아는 유로를 쓰지 않고 Lek이라는 자국 화폐를 사용하기 때문에 근처에서 환전을 했다.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여기는 화폐 체계가 상당히 이상하다. 1유로 = 약 97Lek. 그러니까 1유로와 100렉을 비교하면 100레크의 가치가 더 크다. 하지만 시골 구멍가게가 아닌 이상에야 전부 다 유로화도 받아준다. 약간만 규모가 있는 가게면 화폐 기준이 유로화로 맞춰져있는데, 예를 들어 음료수가 2유로라고 하면 200레크를 받아버린다.(원래 194레크를 받아야 한다) 다시말해 유로화로 돈을 쓰는게 이득인 상황. 하지만 유로화로 계산하려고하면 거스름돈이 없다고 거절해버린다.(손해를 하나도 보지 않으려면 유로화 동전을 잔뜩 들고 다니면서 거스름돈을 받을 상황을 안 만들면 된다.) 환전을 하면서 환전수수료로 조금 손해보고, 계산을 하면서 또 손해를 보는, 어찌보면 이중으로 환전 수수료를 내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은 유럽 전역에서 몰도바 다음으로 못사는 나라라 전반적으로 물가가 훨씬 더 저렴하다. 오늘 묵은 캠핑장도 꽤나 좋은 곳이었는데 8유로만 줬다.
알바니아로 들어와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아는 미국인 한 명이 연락이 왔다. 수도 티라나에 들어가면 꼭 지하벙커 박물관에 들어가보라고. 한번 가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