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길을 포기하고 선택한 그리스 내륙의 정점: 메테오라를 오르다

[유럽 자전거 여행] #50 2025.06.12

Share
바닷길을 포기하고 선택한 그리스 내륙의 정점: 메테오라를 오르다
⬅️ [이전 편] | 🏠 [전체 목록] | [다음 편] ➡️

2025.06.12

이 지역에 통신시설이 좋지 않은데 관광객이 몰려서일까 내가 통신사에게 사기를 당한걸까, 인터넷이 말도 안되게 느리다. 내가 다른 불편함은 다 감수하는데 인터넷이 느린건 도저히 참지 못한다. 근처 통신사로 가서 물어보니 별 수가 없다고 한다. 이 지역이 문제라고 해서 수긍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메테오라 관광을 해보려고 한다. 여기 캠핑장은 너무 덥고 인터넷이 안좋아서 하루 더 있기 싫었다. 5천원 정도 더 내면 바로 근처에 호스텔에서 잘 수 있다. 짐을 전부 챙겨서 메테오라로 향한다. 사실 호스텔에 짐을 놔두고 가면 되는데 입실시간이 안맞고 위치가 약간 떨어져있어서 그냥 짐을 전부 매단채로 자전거를 탔다. 메테오라는 산 위 절벽 위에 있는 터라 꽤나 오르막을 많이 올라야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부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공중에 떠 있는 수도원 메테오라

🎥 메테오라 라이딩 동영상 보기


​한국이 경제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늘 여행하면서 느낀다. 유명한 관광지에 일본인들보다 한국인들이 확실히 많다. 방콕을 제외하고는 어디든지 일본인들보단 한국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투어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 짐이 잔뜩 달린 자전거를 타고 오르면 기분이 이상하다. 여행을 하는 수단마다 알맞은 공간이 정해져있다. 투어 여행은 박물관이나 명소 투어가 알맞고 배낭여행은 도시의 골목, 기차역, 광장, 저렴한 호스텔이 알맞은 곳이다.

반면 자전거 여행은 '사이의 여행'이다.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 국도, 강변길, 도시 외곽의 애매한 공업지대, 지도에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도 별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길들. 그런 길들을 통과하는 여행이다. 그래서 메테오라 같은 명소에 오면 굉장히 어색하다.

수도원 내부를 보려면 입장료가 꽤나 비싸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곳만 둘러보았다. 돈이 아까운 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곳에서 자전거를 홀로 놔두기가 맘이 편치 않다. 비록 도난 경보장치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걸 보려고 내가 편한 바닷가 루트를 놔두고 눈 앞의 벼락까지 직관하며 죽음의 문턱을 넘어 힘들고 높은 산을 넘어왔는데 막상 여기 와보니 큰 감흥이 없다. 난 사실 지난번 베네딕토 수도원에서처럼 이 곳에서 하루 피정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수도사님들이랑 같은 곳에서 자고 같은 밥을 먹으면서. 늘 그랬지만 유명한 관광지에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미 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소비되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SNS에 공유되면서 이 곳에서 봐야하는 것들이 잘 알려져있고 더 나아가서 이걸 보고 어떤 감정을 느껴야하는지도 이미 정해져있다.

시시함을 뒤로한채 돌아와서 장을 보고 호스텔로 들어왔다. 저렴한 가격에 에어콘도 빵빵하게 잘 틀어져있고 시설도 좋다. 어제 캠핑장보다는 확실히 낫다.

⬅️ [이전 편] | 🏠 [전체 목록] | [다음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