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저항을 동반한다: 가파른 절벽과 척박함이 빚어낸 아드리아해의 경치
[유럽 자전거 여행] #38 크로아티아의 해안선을 끊어 놓은 보스니아의 유일한 항구 도시 네움(Neum)을 통과합니다. 다시 크로아티아로 진입합니다.
2025.05.26
크로아티아의 해안선 국경을 자세히 보면 특이한 점을 알 수 있는데, 국경의 일부가 끊어져 있다. 그리고 그 국경을 네움이라는 보스니아의 도시가 차지하고 있다. 과거 오스만 제국과 유럽 사이의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여있는 매우 정치적인 도시이다.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영토는 유일하게 이곳만 바다와 인접하고 있다.

나는 오늘 이곳을 지나 두브로브니크 바로 앞에 있는 캠핑장으로 간다. 두브로브니크 안에도 캠핑장이 하나 있긴한데 터무니 없이 비싸다. 해안선을 따라서 열심히 달렸다. 이 쪽 해안선은 좀 특이하다. 발칸반도의 아드리아해 쪽으로 길게 석회암 지형의 산인 디나르 알프스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바다에 섬도 많고 해안선도 굴곡이 많다. 그래서 여기 해안선은 고도가 높다. 거의 절벽의 해안선을 끼고 자전거를 타는데 바다도 엄청나게 푸르고 경치가 끝내준다.






국경 넘어 보스니아에서 저렴한 피자를 사먹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이 있는 곳은 사람이 살기 안좋은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아름답다고 소문난 밀포드 사운드 피오르드 지역, 거기는 인구밀도가 매우 낮다. 알래스카는 어떤가, 지구의 지붕이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은 어떠한가, 남미의 파타고니아는 또 어떤가. 사람을 압도하는 풍경은 대개 가파르고, 춥고, 외지고, 척박하고, 고립되어 있다. 즉 아름다움은 저항을 동반한다. 자연의 압도적인 경치는 인간에게 자리를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은 대체로 넓은 평원이다. 그 곳에는 인간이 만든 아름다움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체한다. 도시에는 문명의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파란색이 내가 알던 파란색이 아니고 초록색도 내가 알던 초록색이 아니다.
내가 오늘 자전거를 탄 이 지역에는 많은 집과 마을들이 해안선의 가파른 경사 위에 지어져있는데 아무리 보기에 아름다워보여도 나는 이런 곳에 살고 싶지 않다.
아주 스무스하게 국경 검문소를 넘어 보스니아로 진입했다.(곧바로 크로아티아로 진입한다.) 보스니아는 공식적으로 유로 화폐를 쓰지 않는데 네움은 유로 화폐를 받아주기에 슈퍼에서 음식과 물을 사고 식당에 들러 크로아티아보다 저렴한 피자를 한판 먹었다. 서유럽에 있을 때는 식당에 들어갈 엄두를 못 냈다. 서유럽 식당에선 최소 20유로를 써야하기 때문이다. 슈퍼도 많고 슈퍼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같은 것도 많아서 굳이 식당에 들어갈 필요를 못 느꼈다. 돈을 주고 음식을 사먹고 싶을 땐 케밥 집에 갔었다.
발칸반도가 동남아 같은 곳에 비하면 매우 물가가 비싼 편이지만, 레스토랑 물가가 정말 상식 밖으로 터무니 없이 비싸진 않다. 꽤 큰 피자 한판과 콜라해서 8유로. 적당한 가격이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와 계절이라서 이쪽으로 오토바이 여행자들이 정말 많이 보인다. 오토바이 여행자들은 따봉 인심이 후해서 자주 엄지를 추켜올려준다. 둘 다 두 바퀴로 간다는 점에서 일종의 공감대가 있다.
오늘 캠핑장은 15유로. 시설도 괜찮다. 근처 마트에서 음식을 사먹었다. 그리스에서 독일 방향으로 올라가는 자전거 여행자 부부를 만났는데 기다란 나무 막대기 하나를 개를 쫓는 용도로 가지고 다닌다. 밑으로 내려갈 수록 개들이 사나워지다보다. 골치 아프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