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거지꼴의 이방인을 싫어한다.

[동남아 자전거 여행] #35 캄보디아 2025.02.08 - 09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도착한 프놈펜. 그곳에서의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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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거지꼴의 이방인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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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8

확실히 캄보디아가 인도차이나반도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보니까 엄청 덥다. 습도와 온도 모두 우리나라 여름과 맞먹다보니(낮 최고기온 34~35도) 자전거를 탈 때 물과 음료수를 무지막지하게 마실 수 밖에 없다. 어느정도 루틴이 정해졌는데 다음과 같다.

  1. 아침에 일어나면 최대한 많은 공짜 물을 확보한다. 숙소에서 무료로 제공한 물, 정수기에 있는 물등 최대한 공짜 물을 확보한다.
  2. 그게 없으면 슈퍼에서 물을 1.5~2L 짜리를 하나 사서 물통에 가득가득 채워넣는다.
  3. 달리는 중간 중간에 콜라나 음료수를 사 먹는데, 하루에 3번~4번 정도는 사 먹는 거 같다.

음료수와 물을 합하면 하루에 마시는 수분의 양은 6L가 되는 것 같다. 뉴질랜드에서는 도로 중간에 상인들을 찾기 힘들어서 물을 확보하지 못하면 출발 하는게 부담이었는데 그래도 여기는 물과 음료수 정도 살 곳은 어딜가나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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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천국임을 나중에 그리스에서 라이딩할 때 깨달았다. 더위는 비슷한데 여기는 어디서나 시원한 얼음물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리스에는 상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오늘은 110km 정도 달렸다. 90km 달릴 때와 110km 이상 달릴 때 피곤함의 정도가 다르다. 130km는 말할 것도 없다. 겨우 도착해서 미리 예약해 놓은 하루 19000원 짜리 숙소로 향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좁고 고약한 화장실 냄새가 방 안에 진동했다. 화장실이 방마다 있긴 한데 오픈형 구조라 화장실 냄새를 막지 못한다.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축구를 한판 하고 온 남자 고등학생들의 겨드랑이 앞에 코를 계속 갖다대고 있는 기분이다. 심지어 적응도 안된다. (자기 전에 모기도 10마리 이상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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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베트남에서 화장실 암모니아 냄새를 막는 완벽한 방법을 알게 됨으로써 나는 비로소 '동남아 저가 숙소'의 지배자가 되었다.
동남아 저가 숙소 냄새 해결법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4개월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인도 차이나 반도(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에 있었다. 거의 모든 기간을 2만원도 하지 않는 저렴한 숙소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머무는 고급 리조트나 호텔을 제외하고 시골 현지의 저렴한 모텔에 처음가게 됐을 때 받는 충격이 몇 가지 있다. 1. 화장실에 휴지가 없고

숙소는 강가 바로 옆인데 밤에 나가보니 꽤나 번화가다. 캄보디아가 라오스 수준 정도 된다고 생각하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프놈펜은 고층 빌딩도 많고 확실히 라오스의 비엔티엔과는 비교가 될 정도 규모의 대도시라는 것이 체감됐다.


2025.02.09

오늘 아침엔 교회에 갔다. 프놈펜에 생각보다 한인교회가 많은데 가까운 곳에 꽤나 규모가 있는 교회가 있어서 그 곳으로 갔다.

나는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 은혜, 자기초월, 소망, 용서와 자비, 도덕과 같은 가치들에는 크게 동의하지만 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제도로서의 교회와 그 문화, 감상에만 치우친 CCM 같은 것들. 솔직한 말로는, 핵심적인 가치를 잊은 채 헛발질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하면서 교회, 특히 한인교회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이때까지 한인 교회를 몇 번 갔었는데, 이전에는 사람들이 그래도 인사도 해주고 이름도 물어봐주었었다. 하지만 여기선 내 외모가 한국인 같지 않고 추레한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이상한 사람으로 비쳤는지,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아빠는 나를 국제 거지라고 했다.) 내가 그 교회에서 느낀 건 약간의 경계심.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는 것도 이상해서 별 수 없이 그냥 예배만 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저번주 태국의 마지막 마을, 상카에서의 웜샤워 호스트 아주머니는 자기 집에 오는 자전거 여행자들을 예수님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대접한다고 했다. 하지만 한인 교회에서 나는 언제나 이방인, 외부인일 뿐이다. 밥도 못 얻어먹어서(자기들끼리 먹었다.) 교회 앞에 있는 식당에서 변변찮은 음식을 7천원 주고 사먹었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캄보디아. 우리나라 1인당 GDP의 1/10도 안되는 나라다. 기분이 안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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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다낭에 있는 한인교회 갔다.

11년여전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대심문관'을 읽고 소름이 돋은 적이 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내용 요약

「대심문관」은 예수가 16세기 스페인 세비야에 다시 나타났다가 종교재판을 이끄는 대심문관에게 붙잡히는 이야기다.

감옥에서 대심문관은 예수에게 긴 독백을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자유를 감당할 만큼 강하지 않으며, 사실은 자유보다 빵과 기적과 권위를 더 원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광야의 세 가지 유혹을 거절하며 인간에게 자유를 주었지만, 교회는 오히려 그 자유를 버리고 인간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길을 택했다고 대심문관은 말한다.

예수는 끝까지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지막에 대심문관에게 입을 맞춘다. 그러나 대심문관은 끝내 예수를 내보내며 다시 오지 말라고 한다. 

교회의 크기가 커지고 제도로서 안정화되려면 예수의 사상은 너무 급진적이다. 교회가 제도가 되면 공동체를 유지해야한다. 권위도 세우고 교리도 정립해야 하고 재산, 조직을 관리 해야한다.

하지만 예수의 사상은 본질적으로 경계를 뒤흔드는 전복적인 측면이 있다. 예수는 죄인과 병자, 가난한 자 같은 주변부의 사람을 너무 사랑한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기독교는 예수를 따르는 종교인데 예수를 따라가면 제도가 흔들린다. 반대로 제도만 따르다보면 예수의 사랑이 희석된다. 이게 역사적으로 기독교 역사 안에서 늘 있어왔던 긴장이다.

제도로서의 기독교는 예수를 따르는 종교지만 진짜 예수을 자꾸 밀어낸다. 예수는 항상 이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대심문관의 이야기는 이를 극단으로 밀어붙여 예수를 쫓아내버린다. 예수를 따르는 종교가 예수를 가장 필요로하지 않는 종교가 되어버린 것이다.

환대는 기독교에서 거의 핵심에 가까운 덕목인데, 실제의 교회는 그것을 자주 주변으로 밀어낸다.(그러면서 이웃사랑은 자주 설교의 주제가된다.) 신앙의 언어는 넘치는데 낯선 사람 하나 맞이할 감각은 사라진다면, 그 공동체는 무엇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국제 거지의 몰골

의자가 있어서 숙소에서도 편하게 핸드폰을 만지고 노트북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내가 머무는 숙소들은 주로 창문이 없고 매우 협소해서 답답하다. 거기다가 오늘 숙소는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기 때문에 밖에 있는 카페로 나왔다. 간단한 음료 가격이 4$ 였나. 무지 비싸다. 나는 당연히 이 정도 가격이면 관광객들 밖에 없을 걸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현지 대학생들이 많았다. 그 곳에서 과제도 하고 노트북을 펼쳐놓고 같이 얘기도 하면서 작업을 하는 듯 했다.

시간이 금방간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짐을 놔두고 야시장에 가서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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