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정수필터 성능비교: MSR 트레일샷 vs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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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용 정수필터 성능비교: MSR 트레일샷 vs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장거리 여행에서 '물'은 왜 리스크가 되는가

장기간 야외에서 생활하거나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마실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물과 마주한다. 냇물, 호수물, 수돗물, 생수, 흙탕물, 심지어 화장실 물이나 수원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물을 마셔야 하는 순간도 있을 수 있다.

여행자 설사는 대개 물이나 물로 씻은 음식에 의해서 발생하는데 물만 조심해도 수인성 질병의 가능성을 매우 낮출 수 있다.

목은 타들어가는데 수백명의 사람은 족히 사용한 것 같은 더러운 컵들과 얼음이 둥둥 떠있는 베트남 길거리 음식점의 물을 보고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을지 머리 속으로 생각해보고 리스크를 계산하기에는 당장의 상황이 너무 다급하다.

땡볕에 산을 넘을 때 옆에 흐르는 계곡물을 보고는 상수원에 어떤 오염원이 있을지, 야생동물의 분뇨에 물이 얼마나 오염되었을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자전거 여행, 쓰루하이킹 같은 장거리 여행은 결국에 리스크 관리 싸움으로 볼 수도 있는데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조금 더 나아가서 보면, 오염수의 위험은 단순한 여행자 설사에 그치지 않는다. 원충과 세균 감염은 때로는 장기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바이러스는 간염 같은 전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화학오염과 조류 독소는 위장관 증상을 넘어 간·신경계·심혈관계까지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수필터는 '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

개인적으로는 정수필터가 간단한 방법으로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터가 있으면 노지캠핑할 때 미리 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매우 편리하다.

이 글에서 비교할 필터는 두 가지. MSR에서 나온 트레일샷과 그레일 사에서 나온 울트라프레스. 둘 다 내가 사용해보았다.

두 개는 비슷해보이지만 용도가 좀 다르다.

물에는 어떤 오염원이 있나

  1. 세균 (Bacteria)
    1. 여행자 설사(Traveler's Diarrhea)의 가장 흔한 원인(80~90%)
    2. 크기: 0.2 ~ 2.0 마이크론 (비교적 큼)
    3. 특징: 대부분의 아웃도어 필터(MSR 포함)로 걸러진다.
  2. 바이러스 (Viruses)
    1. 개발도상국(동남아, 인도 등) 여행 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
    2. 크기: 0.02 ~ 0.1 마이크론 (매우 작음)
    3. 특징: 일반적인 필터(MSR 트레일샷)는 통과해 버린다. 그래서 그레일(전기흡착 방식)이나 정수 알약, 끓이기가 필요하다.
  3. 원충/기생충 (Protozoa)
    1. 맑아 보이는 뉴질랜드나 유럽의 계곡물에도 존재한다.(동물의 분변 때문)
    2. 크기: 1 ~ 15 마이크론 (제일 큼)
    3. 특징: 크기가 커서 일반 필터로 잘 걸러진다.
  4. 독소 (Toxins)
    1. 특징: 세균이 내뿜는 독성 물질(마이크로시스틴 등)이라 크기가 분자 단위. 균체는 걸러져도 독소는 물에 녹아 필터를 통과한다.
    2. 끓여도 안 없어진다.
    3. 참고로 녹조가 낀 물은 절대 마시면 안된다. 이건 아무리 좋은 아웃도어용 필터도 못 걸러낸다.
  5. 화학물질 및 중금속 (Chemicals & Heavy Metals)
    1. 4번과 5번은 1,2,3번에 비해 카테고리가 좀 바뀐다고 보면된다. 농업용수, 공업용수, 녹조가 낀 물은 절대로 마시지 않도록 하자.

왼쪽이 울트라프레스, 오른쪽이 트레일샷

MSR 트레일샷:

  • 물리적 필터.
  • 세균, 원충류 제거 O
  • 바이러스, 중금속/화학물질 제거 X
  • 맛/냄새 못잡음
  • 펌프질 해야돼서 불편하다.
  • 87,500원 / 약 2,000L 정수 가능
    • 리터당 약 44원 (저렴하다.)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 물리적 필터 + 전기 흡착 + 활성탄
  • 세균, 원충류, 바이러스 제거 O
  • 중금속/화학물질 많이 제거 O
  • 맛/냄새 제거 O
  • 물 넣고 꾹 누르면 깨끗한 물이 생긴다. 매우 간편.
  • 130,000원 / 약 150L 정수 가능
    • 리터당 867원 (매우 비쌈)
    • 교체용 카트리지는 약 40,000원 → L당 약 267원

당연히 바닷물은 둘 다 못 여과한다. 바닷물은 일반적인 여행용 정수필터로는 처리할 수 없고, 역삼투압식 해수 담수기나 증류 같은 별도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장비는 일반 필터보다 훨씬 무겁고 크고 비싸다.

비교 항목 MSR 트레일샷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비고
필터 방식 중공사막 (Hollow Fiber)
물리적 체
물리적 필터 + 전기흡착 + 활성탄
화학적 스펀지
세균 (Bacteria)
대장균, 살모넬라
O 제거 O 제거 둘 다 기본 성능은 확실함
원충 (Protozoa)
지아디아, 아메바
O 제거 O 제거 둘 다 기본 성능은 확실함
바이러스 (Virus)
A형간염, 노로바이러스
X 통과
구멍보다 작아서 통과
O 제거
전기적 인력으로 포집
동남아 여행 시 그레일을 쓰는 이유
남조류 독소 (Toxin)
녹조, 마이크로시스틴
X 통과
물에 녹아 통과
X 위험
흡착 여지는 있지만 안전하다고 보면 안 됨
녹조 낀 물은 둘 다 마시면 안 됨
중금속 / 화학물질
농약, 납, 질산염
X 통과 △ 제한적 제거
활성탄 용량 한계 존재
농경지 인근에서는 유리하지만 맹신은 금물
맛 / 냄새
흙내, 비린내
X 못 잡음
물맛이 그대로 남음
O 제거
활성탄 탈취 효과
물맛이 중요하면 차이가 큼
미세 플라스틱 O 제거 O 제거 둘 다 무난

MSR 제품은 작고 가볍다. 정수비용도 비교적 저렴해서 간편하게 장염 리스크를 매우 줄일 수 있다. 이걸 갖고 다니다가 그레일 울트라 프레스를 사버리는 바람에 결국 이 녀석은 호수 샤워용/양치용으로 변해버렸다.

반면에 그레일 울트라 프레스는 물통 사이즈에다가 좀 더 무겁고(비교적) 비싸다. 하지만 이 제품이 있으면 어느 물이든 마셔도 안전하다는 자신감이 있다. 실제로 이 제품을 가지고 다니면서 호스텔 수돗물, 가축 물 먹이는 수돗물, 계곡물, 호수물 등 전부 주저없이 마셨다.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 물 맛도 좋았다.

그리스에서 트레일샷은 샤워용으로 전락했다.
💡
참고로 브리타는 염소 냄새나 일부 중금속·불순물을 줄여주는 생활용 필터일 뿐, 세균·바이러스·원충 같은 미생물 오염은 제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트레일샷이나 울트라프레스처럼 수질이 의심되는 물을 처리하는 아웃도어용 정수필터와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BRITA Korea 공식 홈페이지, ‘브리타 스타일 에센셜’ 제품 페이지

다음은 어떤 상황에서 이 녀석들을 쓰면 좋은지 알아보자.

상황 1. 선진국(유럽/NZ/일본)의 맑은 계곡물

  • 상태: 물이 투명하고 차갑다. 상류에 민가가 없다.
  • 위험 요소: 세균, 기생충, 원충(바이러스 확률 낮음)
  • 선택 장비: MSR 트레일샷
  • 호스만 물에 던져 넣고 펌프질해서 바로 마신다.
  • 주의: 호스 끝이 바닥의 모래를 빨아들이지 않게 살짝 띄운다. (프리필터 막힘 방지)

상황 2. 개발도상국(동남아/인도)의 수도꼭지 & 식당 물

  • 상태: 겉보기엔 맑지만 배관이 낡았거나 수원지가 의심스럽다.
  • 위험 요소: 바이러스(A형간염, 노로), 대장균
  • 선택 장비: 그레일 울트라프레스

상황 3. 흙탕물 & 부유물이 많은 강물

  • 상태: 황토색이거나 나뭇잎, 이물질이 떠다닌다.
  • 위험 요소: 세균 + 필터 수명 단축(막힘)
  • 선택 장비: MSR (청소 가능해서 유리) → 그레일 (막히면 돈 깨짐)
    • MSR: 펌프질 하다가 뻑뻑해지면, 본체를 흔들어서(쉐이킹) 프리필터를 씻어내며 쓴다.
    • 그레일: 정말 어쩔 수 없을 때만 쓴다. 최대한 살살 누른다. (이런 물에 그레일 쓰면 카트리지 수명이 급속도로줄어듦)

상황 4. 농경지 옆 수로 & 녹조 낀 호수

  • 상태: 물에서 비릿한 냄새, 농약 냄새가 나거나 녹색 띠가 보인다.
  • 위험 요소: 화학물질, 중금속, 남조류 독소 (끓여도 안 죽음)
  • 선택 장비: 없음 (사용 금지)
  • 행동 강령:
    • 포기: 아무리 목말라도 마시지 않는다. 그레일의 활성탄을 믿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상황 5. 호수

  • 상태: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다. 수온이 미지근할 수 있으며, 바닥에 침전물이 쌓여있다.
  • 위험 요소: 세균, 바이러스, 화학물질(농약, 비료 축적), 남조류 독소, 흙냄새/비린
  • 선택 장비: 그레일 울트라 프레스
  • 너무 고여있거나 녹조가 낀 호수는 절대적으로 피해야한다. 대체로 고도가 높은 호수일수록 안전하다.
💡
필터 말고도 정수 알약, 물 끓이기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필터가 편의성 측면에서 압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