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의 구원자: 가민 인스팅트3 솔라
나는 길을 잘 못찾는다. 길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12,000km 자전거로 여행 할 때는 어떻게 길을 잃고 헤매지 않았을까. 바로 장비빨이다. 당시에 사용한 제품이 가민 익스플로러2 라는 자전거용 네비게이션 기기.
여행 시작 당시에는 여행이 길어지고 초행지가 많아지면 길 찾는 능력이 자연히 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었는데 웬걸, 네비게이션 보는 능력만 늘었다.
자전거를 탈 때는 풍경과 함께 갖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가는데 흡사 명상의 상태와 유사해진다. 나는 애초에 내 주위에 풍경이나 건축물들을 구조화하면서 방향을 찾아나가는데 관심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혈혈 단신 아무런 장비 없이 오지에 들어간다면 죽기 딱 좋겠지만 지금은 2026년이고 나는 장비충이다.
가민 인스팅트3 솔라 모델을 구매했다

지난 여행에서 가민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검증이 내 나름대로 완료됐고, 한국에서 본격적으로등산과 백패킹을 즐기기 위해 가민 인스팅트3 솔라 모델을 구매했다.
이 글에서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이 시계의 스펙 나열이 아니다. 내가 이 시계를 쓰면서 감동받은 길 찾기 기능에 대해서 소개하고 싶다. 이 글을 읽기 위해선 GPX가 무엇인지에 대한 선이해가 필요하다. 무엇인지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 GPX: 위치 데이터의 표준 파일
- 확장자: .gpx
- 형식: XML 기반의 텍스트 파일. 메모장으로 열어보면 위도, 경도, 고도 같은 복잡한 숫자들이 가득 차 있다.
- 특징: 특정 브랜드(가민, 와후 등)에 종속되지 않는다. 마치 문서계의 PDF처럼, 어떤 기기나 앱에서도 똑같이 읽을 수 있는 범용 포맷.
- GPX가 담고 있는 3가지 핵심 데이터
- Waypoints (지점): 약국 위치, 캠핑장, 꼭 들러야 할 상점 등 특정 포인트의 좌표.
- Routes (경로): "A에서 B로 가라"는 식의 계획된 경로이다. (Turn-by-turn 안내용)
- Tracks (궤적): 실제로 내가 이동한 '발자취'이다. 시간순으로 찍힌 수만 개의 점들이 모여 선이 된다.
쉽게 말해 GPX는 '디지털 실금'. 내가 간 길을 아주 얇은 실로 지도 위에 그려놓은 파일이라서, 스마트폰이나 사이클링 컴퓨터에 넣기만 하면 그 어떤 길치도 그 길만 따라가면 된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설명하면 등산, 러닝, 트레일러닝, 백패킹, 자전거타기 등에서 이 시계(가민)는 두 가지 방법으로 길을 찾을 수 있다.
GPX 파일 기반 길찾기
- Komoot이든 Strava든 카카오맵이든지 길을 만들고 GPX 파일을 이 시계로 넣는다
- 이 시계는 GPS 기능을 이용해서 내가 GPX의 실금 경로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트레킹한다.
- 경로를 벗어나면 알림이 온다.
- 지도 파일은 넣을 수 없다.(더 좋은 모델은 지도도 넣을 수 있다.) 실제로 네비게이션이 작동을 할 때 보면 뒤에 아무 배경 없이 실선만 있다.
처음 가는 곳을 등산할 때나 자전거를 탈 때 항상 이 GPX 파일을 사용한다. 하지만 내가 이 시계를 길치의 구원자라고 명명한건 이게 아니라 다른 기능 때문이다.

좌표 기반 길찾기
여기서는 자세한 사용법 보다는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에 대해서만 적겠다.
- 좌표 기반 길찾기는 가장 좋아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서울역 2번 출구에 가고 싶으면 그 위치의 좌표를 따서 갈 수 있다. 구글맵과 가민 익스플로어앱에서 좌표를 딸 수 있다. (네이버지도나 카카오맵에선 좌표를 못 딴다.)
- 내가 현재 서 있는 위치의 좌표도 저장할 수 있다.
- 가민 시계에 좌표를 저장하고(혹은 저장 없이 바로 안내할 수도 있다.)
- 그 저장된 좌표로 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그 좌표와 현재 나 사이의 방향과 직선거리가 나오는데. 그 곳을 향하는 동안 계속 동작한다.
여행 가서 숙소의 좌표 위치를 저장하거나, 백패킹에서 내 텐트 위치를 좌표로 저장할 때 매우 유용하다. (뒤에서 설명할 Ref. point와 맥락이 닿는다.)


길치의 가장 큰 문제는 몸을 회전하는 순간 방향 감각을 잃는다는 건데 이 시계의 좌표 기반 길 안내 시스템은 내 최종 목적지의 방향을 정확하게 찍어줘서 방향의 큰 그림을 그리기에 매우 좋다. 구글맵 네비게이션 길 안내는 그저 무지성으로 뇌를 빼고 길 안내만 따라가기에 내가 가는 방향의 큰 줄기를 놓치기 딱 좋지 않은가.
해외 여행에 갔을 때 내 숙소를 좌표로 딱 찍어놓으면 그 좌표가 랜드마크이자 앵커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내가 여행하는 곳의 지리를 익히기 좋다. 여행의 경험도 그 만큼 풍부해진다.
프랑스 파리를 여행할 땐 에펠탑을 랜드마크로 설정하면 길을 찾기 쉽듯이 이 기능도 가상의 랜드마크를 설정한다고 보면된다.
모든 GPS 기반 운동(하이킹, 러닝, 자전거 등)은 처음 위치로 되돌아가는 기능이 있다.
- 운동하기를 누르면 내 위치를 시계가 내 위치를 자동으로 트레킹하는데 목적지에 도달해서 다시 처음 위치로 돌아가기 아주 편리한 기능이 있다.
- 내가 온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방법과
- 출발지의 좌표까지의 직선거리를 보여주는 방식이 있다.
둘 다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가민은 태생부터가 GPS 네비게이션 기반 회사라 이 외에도 흥미로운 기능이 많다.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영어 설정 기준)
- Track me
- GPS 궤적·거리·고도 등을 기록하려고 쓸 때 많이 사용한다. 내 위치를 계속 추적해서 GPX 파일을 남긴다.
- Project Wpt. (Project Waypoint)
- 현재 위치를 기준점으로, 내가 입력한 방위(방향, heading) + 거리(distance)만큼 떨어진 곳에 가상의 웨이포인트(목표 지점)를 “찍어” 저장하는 기능이
- 예1: “여기서 2시 방향 1.2km 지점” 같은 목표를 만들고, 그 지점으로 나를 안내 할 수 있다.
- 예2: 여기서 120° 방향 1.5km 지점을 ‘물 있는 곳’으로 찍어두자.
- 거리 감각이 필요하다.
- 느낌: 좌표를 모르더라도, 방향+거리로 목표점을 만들어버린다.
- Ref. point(Reference point): 이건 좀 어렵다.
- Ref. Point는 ‘내비게이션(경로 안내)’이 아니라, 기준점을 하나 걸어두고 “그 기준에 대한 내 위치 관계”를 계속 보여주는 기능.
- 내 1)현재 위치 + 2)방위각에 앵커를 걸어둔다. 즉 지금 내 위치를 기준점으로 삼는다.
- 예1(기준이 현재 위치 일 때): 처음 가보는 곳에 주차를 하고 산책을 하다가 다시 그 위치로 돌아와야 할 때 이 기능을 사용하면 편하다. 내가 설정한 기준점에서 얼마나, 어느 방향으로 떨어졌는지를 계속 표시해주기 때문이다.
- 예2(기준이 방위각 일 때): 안개, 야간, 설원처럼 랜드마크가 약한 환경에서 오늘은 60° 방향으로 계속 이동하고 싶을 때, 60°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게, 내가 그 방향에서 얼마나 틀어졌는지 편차를 계속 보여준다.
- 사막에서는 앞으로 정확히 걷는다고 해도 계속 방향이 틀어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기능이 아주 유용한 듯
- Sight 'N Go
- 과거 지도가 제대로 없던 시대에 나침반을 이용해 ‘방향을 숫자로 고정’해서 이동·측량·항해를 하던 기술이 있었다. 바다 항해사, 측량사, 지질/산림 조사, 탐험가들이 이 기술을 많이 이용했다.
- 과거에는 나침반을 이용해서 멀리 있는 목표물(봉우리/타워/고개)을 똑바로 ‘조준’하고 방위각(예 120°)를 딴 후 그 방위각 방향으로 이동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 북극성을 보고 항해를 하는 그 느낌
- 가민의 Sight 'N Go 기능은 목표물이 저 멀리 보일 때, 시계로 그 목표물을 조준하고 버튼을 클릭하면 나와 그 목표물을 뚫고 지나가는 직선의 거리가 내 시계에 나타난다.
- 그 직선 위 어딘가에 목표 지점이 있다. 오프라인 지도가 없는 상황에서 조난 당했을 때 유용하게 쓰일 거 같다.